생일선물
생일선물
  • 박효신 / 여성신문 편집위원, 전 온양민속박물관장
  • 승인 2008.06.20 09:58
  • 수정 2008-06-20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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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회갑에 대해서 최초로 언급한 것은 올케였다. 작년 연말 전화가 왔다.

“고모, 아이들이 내년 고모 회갑이라며 잔치 준비해야 한다고 그러네.”

“회갑잔치? 정말 웃긴다. 안 해! 정말이야. 괜히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안 해.”

“그래도.”

“봐서 혼자 여행이나 다녀오려고 그래. 정 잔치해주고 싶으면 그 돈 여행 갈 때 주라.”

“정말? 알았어요. 고모가 원하는 대로 하지 뭐.”

이래서 가족 내 회갑잔치에 대한 관심은 일단 잠재웠다. 그런데 다음 강적이 나타났다. 시골에서는 회갑잔치를 온 동네 잔치로 아주 성대히 치른다.

“풀각시 회갑 잔치 기대되는구먼.”

이장님은 벌써 몇 달 전부터 은근히 압력을 넣고 있으니 이거 그냥 넘어가기 쉽지 않게 생겼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내 생일이 바로 농촌에서 한창 바쁜 음력 5월이라는 것. 이 바쁜 틈에 은근슬쩍 넘어가기를 마음으로 빌고 빌었다. 그러나 시골에는 으레 온 동네 경조사를 꿰뚫고 달력에 체크해 놓고 있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 그의 눈은 피할 수가 없었다.

“우째 환갑날이 내일인데 이렇게 조용한 겨.”

“아줌마, 잔치 안 하고 가족여행 하기로 했어요. 지금은 바쁠 때니까 가을 수확 끝내고 가려고요.”

“그래두. 그냥 어떻게 넘겨. 나라두 내일 점심 살게.”

아줌마는 진실로 회갑 잔칫상 받지 못하는 내가 불쌍해 보이는 듯했나.

“아줌마, 나 정말 생일잔치 같은 거 싫어해.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 건강도 요새 안 좋은데 어떻게 잔치를 해.”

내가 정색을 하고 말하자 아줌마는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렇게 아주 조용히 내가 원하는 대로 예순 번째 생일을 넘기나보다 하고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또 “네가 산 지 벌써 60년이 되었다”고 상기시키는 것이 아닌가.

“고객님의 회갑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자동차보험 회사와 카드 회사에서 날아온 감동 없는 축하 카드. 그리고 또 한 곳.

“귀하는 2008년 6월 X일 자로 노령연금의 수혜자가 되셨습니다. 노령연금은 만 60세가 되는 날 한 달 후부터 지급되오니 가까운 지역 공단에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이거 참,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리고 더 나쁜 것은 내 입으로 내 육십 번째 생일을 광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울 지인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우연히 “나 다음 달부터 연금 받는다” 자랑했다가 사방팔방 박효신의 회갑 소식이 쫙 퍼지고 만 것이다. 그래서 결국 뜻하지도 않은 생일선물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꽃바구니도 있었다.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도 있었다. 유명 백화점의 화려한 포장도 있었다. 이런 멋진 포장의 선물은 참으로 오랜만에 만져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어째 내게는 어색한 물건들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지금 난 이런 것들이 필요치 않은데. 꽃다발보다는 뿌리 달린 게 더 좋은데.”

그런데 그 중 내 맘에 꼭 드는 선물이 하나 있었다. 작은 톱이었다. 반으로 접었다 폈다 하는 날 길이 한 뼘 정도의 작은 톱. 작지만 성능이 아주 좋았다. 앙증맞은 톱에 빨간 리본이 정성껏 매여 있는.

“어찌 지금 내게 딱 필요한 것을 알았을까?”

지금 있는 톱들이 하도 오래 써서 녹슬고 잘 들지 않아 하나 장만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큰 나무를 자르는 것은 힘들지만 전지가위로는 안 되는 굵기의 나뭇가지 자르는 데는 딱이었다.

“선생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요긴하게 쓰실 것 같아서.”

내 맘을 정확하게 헤아린 이 사람은 이곳에 내려와 사귀게 된 시골 친구다. 신바람이 나서 이것저것 자르고 돌아다니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멀리 있지 마세요.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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