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 여군 항명으로 처벌받다
스토킹 피해 여군 항명으로 처벌받다
  • 김재희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6.13 14:16
  • 수정 2008-06-13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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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군내 스토킹피해자 지원 공대위’ 발족
"피고인 된 스토킹 피해자에게 무죄 선고해야"
군대 내 상사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입은 여군이 오히려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에 여성계 및 시민단체가 함께 나섰다. 군대 내 권력관계에 의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사건 앞에서 ‘군내 스토킹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꾸려지고 변호인단이 구성되는 등 군대 내 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운동이 촉발됐다.

사건의 발단은 군악대장으로 근무 중인 박모 대위가 직속상관인 본부대장 송모 소령으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을 입은 데서 시작됐다. 한달 평균 120건이 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남자친구를 사귀지 말 것 등을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사생활을 침해하고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여부를 묻는 등 성추행에 가까운 스토킹을 계속했다.

그러나 사단에서는 박 대위의 보고 대부분을 무혐의로 내사종결하고 송 소령이 인정한 내용에 대해서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 ‘불회부 경고’라는 가장 경미한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으며, 송 소령은 오히려 박 대위를 항명·상관모욕·무단이탈 등의 죄로 고발했다. 박 대위는 항명 2건에 대한 유죄판결로 지난 4월 1일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공대위 측에 따르면 군에서 항명죄로 실형을 받는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경우라고. 이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박 대위는 강제전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심 판결에 박 대위와 송 소령 양측 모두가 항소를 한 가운데 2심 첫 공판이 열린 지난 10일 공대위는 국방부 앞에서 박 대위의 무죄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 측은 이번 사건을 스토킹 피해자가 군대 내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피고인이 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시민에게 보장되는 권리가 군에서 무시당할 이유가 없다. 이번 사건은 군 구성원의 인권이 군 체계라는 이유로 무시된 사건이며 국방부 장관이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스토킹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박 대위의 공동 변호를 맡은 장서연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변호사는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법이 없는 데다 군대라는 남성중심 사회에서는 스토킹 피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 측에서도 항명과 스토킹을 분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에 관한 처벌 법안은 1999년과 2003년, 2007년 등 세 차례나 발의됐지만 논란이 있어 폐기된 바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설립준비모임 사무국장은 “군대 내 인권유린은 남녀를 넘어 계급 간의 문제”라며 군사법원이 국방부 장관의 지휘에서 독립되어야 동등하게 정당한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공대위는 군내 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실태조사, 군 내부 인사가 판결에 참여하는 군 사법체계의 문제점 개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징계가 가능한 제도 마련 등을 군 내부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박 대위의 무죄판결을 위해 공동대응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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