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여, 힐러리를 껴안아라

지난해 대선에서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세골렌 루아얄이 나와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거세게 점쳐졌던 프랑스에선 요즈음 언론들은 11월 미국 대선을 겨냥한 힐러리와 오바마의 파트너십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요 논조는 민주당이 대선에 승리하려면 힐러리가 오바마 진영에 합류해 협력할 수 있도록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들이 특히 이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치른 대선의 선례 때문이다. 당시 사회당 주요 인물이었던 로랑 파비위스(Laurent Fabius)와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Dominique Strauss kahn)은 사회당 대통령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과 입으로만 협력한다고 했을 뿐 전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이것이 바로 사회당의 대선 실패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언론들은 힐러리의 협력으로 오바마 진영의 약점인 백인층과 노인 유권자층, 빈곤층의 표를 공화당에 뺏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언론들은 벌써부터 힐러리가 오바마와 합류하는 조건으로 오바마 당선 후 국무장관이나 부대통령직을 요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평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프랑스 대선의 경험을 들어 ‘여성’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 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언론들이 인용한 미국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2004년 미국의 여성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54%를 차지했으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여성 유권자들의 과반수 이상이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이번 선거를 놓고 보자면 오바마 후보에 대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도는 지난 2월 말 56%에 달했다가 힐러리와 대결하는 동안 43%로 뚝 떨어졌다. 또한 CNN이 발표한 한 앙케트 조사에 따르면 힐러리를 지지했던 여성 유권자들의 60%만이 오바마를 지지하고, 17%가 매케인에 투표할 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나머지 23%는 투표를 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들은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도 강력한 여성유권자 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힐러리 끌어안기’다.

언론이 인용한 시카고 트리뷴지 기사에 따르면, 매케인은 벌써부터 민주당 내 안티-오바마 층을 포섭하는 작전에 돌입했으며, 또한 시카고 내 노동자의 48%를 점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 중 61%를 차지하고 있는 최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을 위해 세금개혁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또 전 휴렛팩커드  CEO인 칼리 피오리나를 자신의 선거 진영에 영입해 여성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근본적으론 이번 힐러리 패배 이면엔 미국 정치사에서 흑인들의 참정권 운동이 여성들의 참정권운동보다 먼저 일어났다는 사실을 들면서 ‘여성’ 대통령 탄생에 대해선 아직은 소극적인 지지밖에 나타내지 않는 미국의 현실과 이에 대해 강력한 의식 전환과 대책을 촉구하는 여성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함께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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