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청탁’? 인사시스템 부재가 문제

지난 주말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 인사들의 ‘밥그릇 싸움’을 폭로했다.

‘욕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민비 같은 존재였다.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명수다’ 등등 거침없는 표현들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그 와중에 단연 충격적인 것은 한 고위 공직자가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거야~ 잉’이라며 인사청탁을 했다는 부분이다. 이 청탁의 당사자로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중도하차한 박미석 전 청와대 보건복지수석이 거론된다.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와 박 전 수석 모두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실세들이 사적인 눈높이에 맞춰 인사문제에 전횡을 일삼은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민심 이반을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박 전 수석 역시 ‘콧소리’를 내가며 자리를 부탁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자질은 물론, 도덕성을 의심받는다 해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또 다시 일부에서 여성 전반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는 점은 문제다.

전체적인 인사문제를 지적하고자 하는 의도였겠지만 정 의원이 ‘오빠’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해당 인사가 ‘여성’이라는 점이 부각됐고 ‘오빠청탁’ 운운하며 여성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모두 낙마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문제’라는 불편한 시선이 곳곳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문제는 원칙과 기준이 없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 자체다.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능력에 기초한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적 연줄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아닌 말로 정 의원의 발언에 비춰볼 때 이들에게 기댄 ‘형님청탁’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

초점은 ‘여성’이 아닌 최소한의 인사 기준도 없이 시스템으로 진행되어야 할 인사가 특정인들에 의해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것과 조만간 단행될 후속 인선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