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 산정기준 전업주부에 불리
보육료 산정기준 전업주부에 불리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6.05 14:59
  • 수정 2008-06-05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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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없는 전업주부에 월 30만 원 소득추정 강제
“정부 돈으로 아이맡긴 동안 일해라?”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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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4세 이하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면서 부모 중 한 사람만 일하는 ‘홑벌이 가족’에게 지원액 산정기준을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 김성이)가 올해 3월 보육료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전업주부에게 무조건 월 30여만 원의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도록 지침을 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정부는 총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보육료 혜택을 더 많이 주는 ‘소득별 차등보육료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적게는 25만 원 차이로 지원 등급이 갈리기 때문에 상당수 홑벌이 가족들이 종전보다 보육료 혜택을 덜 받게 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복지부가 전국 각 읍·면·동사무소에 보낸 ‘2008년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선 “전업주부 등 취업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추정소득을 부과하라”고 적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아이를 맡긴 동안 일할 수 있으니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현행 차등보육료 지원제도는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5개 등급을 매기고, 정부 지원액을 기준으로 100%부터 30%까지 달리 지원하고 있다.   <표참조>

문제는 소득을 산정할 때 ‘실제’ 소득액이 아닌 소득 ‘인정’액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지침은 ‘취업 및 근로 여부가 불분명하여 소득을 조사할 수 없으나 주거 및 생활 실태로 보아 소득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자’를 추정소득 부과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전업주부의 경우 추정소득을 부과해야 함에 유의’라는 문장을 새로 넣었다.

수입이 없다고 신고했어도 일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월 30만 원을 강제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월 30만 원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최저임금(1일 3만160원)을 기준으로 10일간 일했다고 추정해 산출한 결과다.

하지만 6월부터 31개월 자녀를 보육시설에 보내고 있는 35세 전업주부 A씨는 “보육료 지원을 받으려고 동사무소에 문의했더니 제가 전업주부라서 추정소득 27만 원이 추가 부과되고 신랑 급여와 합하면 10만 원 정도가 초과돼 지원을 못 받는다고 했다”며 “꼭 자기가 보육료를 지원해주는 것처럼 고압적 자세의 동사무소 직원의 태도도 기분이 나빴지만, 말만 지원이지 안 해주겠다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5~6시간 동안 일자리를 구해봤는데 식당이나 편의점 정도고, 아이가 아프거나 어린이집 사정으로 아르바이트를 못할 경우 등을 고려하면 한 달 일해도 20만 원도 채 못 번다”며 “돈도 못 버는 전업주부라는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복지부 지침은 추정소득을 부과할 때 반드시 대상자와 상담을 거치고, 간병책임이나 질병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추정소득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동사무소마다 지침 적용도 오락가락이어서 똑같이 전업주부여도 사는 지역에 따라 추정소득이 부과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기존에 보육료 지원을 받던 사람들은 등급이 바뀌지 않으면 추정소득이 적용됐는지 여부도 알기 어렵다.

복지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육재정과 관계자는 “지난 2003년부터 보육료 지원액 산정 시 전업주부 추정소득 원칙을 적용해 왔다”며 “다만 일선 동사무소에서 지침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됐고 3월에 지침을 내면서 명확하게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두 소득이 없다고 신고하지만 부모 대부분이 20~30대로 일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보육시설에서 종일보육을 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프리랜서나 작은 부업 등 공적 소득에 잡히지 않는 돈벌이 형태가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국장은 “일할 능력과 시간이 있으니 돈을 벌라는 것은 정부 입장이고, 취업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며 “전업주부를 자기 소득을 숨겨 정부 돈을 더 받으려는 비양심적 시민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성·시민단체들도 ‘전업주부 추정소득 부과’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보육에 대한 책임은 방기한 채 소득파악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연합과 참여연대, 한국청년연합회는 지난달 29일 논평을 내고, “내년부터 차등보육료 지원 대상을 월평균 소득 130%까지 확대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지원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전업주부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복지부는 올해 말까지 보육료 산정기준을 포함해 보육정책의 틀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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