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 1000명당 31.5명 성폭력 경험
공식통계보다 110배…방지책 실효성 높여야
또 여성 100명 중 28명(28.1%)이 일상생활에서 성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여성부(장관 변도윤)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19세 이상 64세 이하 전국 성인남녀 1만3608명(여성 7887명, 남성 57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드러났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현행법상 범죄로 처벌되는 강간과 강간미수, 유사성교, 고의로 신체 일부를 접촉하는 강제추행 등 성폭력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여성은 1000명당 31.5명이었으며, 피해건수는 73.7건으로 나타났다. 피해 여성 한 명당 평균 2.8번 성범죄에 노출된 셈이다. 정부 공식통계와 비교하면 피해건수는 110.7배, 피해율은 168.4배나 높다.
이밖에도 여성 1000명당 음란전화 32.0명, 성기노출 19.2명, 성희롱 11.2명, 부부강간 9.7명 순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범죄까지 포함하면 공식 통계보다 성범죄 발생률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찰 신고율은 극히 낮았다. 전체 성폭력 피해자의 2.3%만이 신고했다고 답했고, 나머지 97.7%는 ‘숨은 범죄’로 남았다. 범죄 유형별로 강간·강간미수 7.1%, 스토킹 6.8%, 유사성교 등 심한 추행 5.3%, 고의성 신체 밀착 등 가벼운 추행 4.7%, 성기노출 4.3%만이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신고한 피해자 중 절반을 넘는 58.4%가 경찰조치에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해 경찰수사의 허점을 드러냈다.
성폭력 체감도 조사에서는 여성 100명 중 28명이 일상생활에서 성폭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학력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성폭력 피해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있는 여성이, 기혼보다는 미혼이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도 눈에 띈다. 남성 응답자의 1.6%는 ‘만약 처벌되지 않는다면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성관계를 강요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남성의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기혼보다는 미혼이 성폭력 충동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과 소득수준에 따라서는 차이가 없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1%(여성 89%, 남성 87.1%)가 ‘성폭력 친고죄(피해자가 신고해야 처벌)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26.1%는 ‘폐지해야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65.5%(여성 69.4%, 남성 61.5%)는 ‘성희롱을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고, 부부강간 처벌에 대해서는 38.7%(여성 40.6%, 남성 36.7%)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여성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폭력범죄 신고율 제고방안 마련 등 실효성 높은 성폭력 방지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피해자 대처요령과 신고의무 제도를 집중 홍보하고 ‘여성 긴급전화 1366’ 등 신고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시·도 단위에서 운영 중인 ‘여성폭력방지 지역협의체’를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로 확대 개편해 지역사회 차원의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