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시대식 성공신화 벗어나‘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할 때

새 정부가 이제 갓 백일을 지났다. 축하를 나눠야 할 시간일 텐데, 현실은 영 딴판이다. 정부는 어떤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심란하기 짝이 없다. 그 심란함이 날로 커져서 촛불의 강물을 이루고 있다. 그 강물이 흘러 어디로 갈지 그 걱정은 더 크다.

꼭 광우병 공포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백일 동안 받았던 마음의 상처들이 촛불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상처의 중심에는 잔뜩 기대하고 뽑았던 대통령이 순식간에 그 기대를 배반했다는 실망이 있고, 그로 인한 좌절과 분노가 국민들을 한밤중까지 거리로 내몰았다. 이를 정치 공세라고 폄훼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국민은 우리를 보듬어 줄 대통령을 뽑았다. 그런데 ‘국민을 섬기겠다’고 약속했던 그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차 뒤흔들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초에 각료 인선에서 국민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고 연거푸 악수를 두더니, 대운하, 민영화 등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냈다. 또 왜 그토록 서둘러서 쇠고기 협상을 매듭지으려고 했는가? 무엇보다 국민의 소리에 왜 그토록 귀를 닫았는가?

이런 과정이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마음을 떠나가게 했다는 걸 촛불집회가 증명하고 있다. 아줌마들이 아기들을 안고 또 아이들 손을 잡고 집회에 나선 모습은 광복 이후 처음 있는 광경이다. 이 평범한 주부들은 단지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하고 가족의 미래가 불안해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혹시 우리 대통령이 이제껏 자신이 이뤄온 성공신화에 스스로 도취되어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개인적으로 보면 대통령은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밀어붙여서라도 끝내 이뤄낸 뚝심의 표본이었다. 혹시 그는 국가도 이런 산업시대적 추진력으로 또 한 번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국가의 지도자는 한 회사의 CEO와는 다르다. 개인이 혼자 밀어붙인다고 해서 전 국민이 따라오리라고, 혹은 따라와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좀 천천히 가더라도 합의를 이루면서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이 ‘섬김’의 리더십이 아닌가.

우리는 살림하는 주부의 마음에서 국가 경영의 철학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돌봄과 낮춤의 정신이 주부의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영웅적인 산업 전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보듬어 줄 주부의 손길을 가진 지도자를 원한다.

새 정부 백일을 보내면서 그동안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기를 바란다. 앞으로 4년여 기간에는 그 깨달음을 실천하는 대통령을 만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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