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험 커뮤니케이션’이 과제다
‘식품위험 커뮤니케이션’이 과제다
  • 주혜림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6.05 14:33
  • 수정 2008-06-05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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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파동 원인은 ‘식품 안전성’ 미입증
소비자 중심의 정보 제공, 국민 의견수렴도

 

정부의 일방적인 식품안전 정책이 시민들을 거리로 내모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식품안전 정책이 시민들을 거리로 내모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유전자조작(GM) 옥수수 등 글로벌 식품안전 이슈가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입된 식품의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30일 건국대 상허연구관에서 ‘소비자 주권 시대와 소비자 안전’(주최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식품안전 파동을 극복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정보처 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명한 식품안전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해 식품 수입·식품안전 불안감 동시에 증가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 자유주의가 확산되고 유전자 변형 식품과 같은 새로운 대량생산기법이 활성화되면서 식품의 유통은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현재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식품만 보아도 중국산 농산물, 뉴질랜드산 쇠고기, 미국산 유전자변형 콩 식용유 등 이미 70~80% 이상이 수입 식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금속이 함유된 중국산 농산물,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변형 식품,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등 위해 식품의 유입 가능성도 함께 증가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앞으로 쇠고기 자체를 먹지 않겠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쇠고기 파동 원인은 식품의 ‘안전성’ 미입증

이에 대해 기조강연을 맡은 박명희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의 근본적인 원인은 식품의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것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외에서 들여온 식품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고 가공되고 운반되어 식탁에 올라오는지 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박 원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오랫동안 섭취해서 안전하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되거나 식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이 밝혀져야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정부나 언론에서 다양한 쇠고기 관련 자료를 내놓아도 100%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두려움을 불식시킬 수는  없다.

과학적 정보 제공은 ‘기본’

전문가들은 식품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정책을 생산하는 것이 식품안전 문제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먼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의 입증은 필수다.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 농학박사는 “광우병 파장의 원인은 비과학적인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된 측면도 없지 않다”면서 “언론·학계·정부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무너진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아 올 수 있다는 것.

소비자의 비전문적 평가도 정책에 반영돼야

식품안전 정책 수립 시 소비자의 시각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기헌 한국소비자원 박사는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직관적·감정적인 판단이 비전문적일지라도 이는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식품위험 정책 결정 시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쌍방향적인 ‘식품위험 커뮤니케이션’을 과제로 제시했다.

식품위험 커뮤니케이션이란, 식품 섭취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요인을 평가하고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위험 평가자, 위험 관리자, 소비자, 사업자 등의 의견을 청취·반영하고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모든 절차를 의미한다. 이 박사는 “정보처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소비자를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실패하게 마련”이라며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성보다는 여성이, 저연령층보다는 고연령층이, 대학생보다는 일반 시민이 식품 안전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며, 계층에 따라 적절한 식품안전 이해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산지표시 확대 등 후속조치도 필요

김성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조교수는 후속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작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안전한 쇠고기를 식별할 수 있는가’”라며 식품의 원산지 표시 제도를 강화하고 모니터링과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해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보제공 ▲수입산 쇠고기 관련 독립적 관리기구 마련 ▲위해식품 리콜 시스템 완비 등을 소비자 주권시대의 식품안전 과제로 꼽았다.

한편, 이날 이기춘 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소비자역량지수(제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역량)를 개발·측정해 발표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소비자역량점수는 100점 만점에 60.80으로, 낙제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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