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직자 ‘시부모 재산등록’ 지침 논란
여성 공직자 ‘시부모 재산등록’ 지침 논란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5.30 16:45
  • 수정 2008-05-3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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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됐는데 행정안전부 “종전대로 하자”
여성 법조인·국회의원들 “권한남용… 법 개정을”

여성 법조인들이 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의 ‘여성 공직자 시부모 재산등록’ 지침이 성차별이라고 문제제기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4조1항3호는 ‘등록 의무자가 혼인한 때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성 공직자는 장인·장모의 재산을, 여성 공직자는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하라는 것이다.

이는 행안부가 호주제 폐지에 따라 지난해 개정한 것으로, 종전에는 남성 공직자는 자기 부모의 재산을 등록하고, 여성은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해 왔다.

하지만 행안부는 지난해 말 공직자 재산신고를 앞두고 “남성은 종전대로 자기 부모의 재산을 등록하고, 여성도 종전대로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공직자 재산신고 범위를 자기 부모로만 할지, 아니면 배우자 부모로까지 넓힐지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므로 일단 올해는 종전대로 하고 내년에 다시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모든 공직자는 지난해 말 행안부의 지침에 따라 남성은 자기 부모의 재산을, 여성은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했다.

그러나 한 여성판사가 지난해 법원 내부 게시판에 “남성은 자신의 부모를, 여성은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하는 것은 남녀차별”이라는 비판 글을 올리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많은 여성판사들이 공감한다는 댓글을 올린 것이다.

울산지방법원의 한 여성판사는 “호주제가 폐지됐고 공직자윤리법도 그에 맞게 개정됐는데 행안부가 종전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권한남용”이라며 “남성 공직자도 장인·장모의 재산을 등록하게 하든지, 아니면 남녀 모두 자기 부모의 재산만 등록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 중견 여성 법조인도 “남편이 공직자면 상관없겠지만, 단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시부모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한 규정은 불합리하다”며 “행안부 지침대로라면 남성 공직자는 모두 법을 어기게 되는 셈이므로 시급히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여성판사는 “지난해 10월 행안부가 변경된 지침으로 재산등록 공고를 했을 때 여성판사들을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여성 국회의원에게 건의해 의원입법을 추진하려 했으나 총선 시기와 맞물려 유야무야됐다”고 전했다.

이 문제가 법조계에서 먼저 불거진 것은 여성 법조인이 급증한 것과 관련이 있다. 사법부의 재산등록 대상자 2352명 가운데 여성은 496명(21.1%)으로, 행정부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5035명(4.7%)보다 비율이 크게 높다. 

한 여성판사는 “여성 법조인들이 늘면서 호주제 등 불평등한 법을 고치는데 주력해왔고, 그 과정에서 이번 공직자 재산등록 규정도 자연스레 잘못된 부분이 눈에 띄게 된 것”이라며 “이번 공론화를 계기로 법 개정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18대 초선 여성의원 당선자들도 같은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다.

배은희 한나라당 당선자는 “총선 직후 재산등록을 하는데 여성의원만 시부모님 재산을 등록하라고 해서 당황했다”며 “국회조차 이러한데 사회 곳곳에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들이 얼마나 많겠나. 불합리한 부분들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금래 한나라당 당선자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당선 신고를 하는데 남편의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더라”며 “여성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법·제도 규정 등을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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