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역 임신부 제도적 지원 절실
재난지역 임신부 제도적 지원 절실
  • 이안소영 /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
  • 승인 2008.05.30 14:49
  • 수정 2008-05-30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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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반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등 긴급한 사안에 가려 세간의 관심이 점점 멀어져 가는 사이,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사고는 태안 해변지역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인심 좋기로 유명했던 이 지역을 이웃 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고 누구든 기회만 되면 서로 화풀이를 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당장의 생계며 미래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기름으로 인한 크고 작은 신체 증상들도 유발해 몸과 마음을 두루 힘들게 했다.

이와 관련하여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기름유출 사고가 난 태안지역에 거주하는 임신부 80명과 영유아 168명에 대한 건강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로 기름유출 사고 전후의 건강상의 변화, 기름유출과 관련한 이상증상 및 의사진단 여부, 방제작업 참여 여부, 건강염려 및 생활상의 어려움 등에 대해 질문했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임신한 여성들 중 몇 명이 직·간접적인 방제활동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임신부는 당연히 바닷가 오염지역에서 멀리 피해 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점심을 제공하거나 커피를 타 주는 등의 일을 간접 지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기름을 퍼내거나 돌을 닦는 일도 했다. 그때는 상황이 너무도 다급하여 ‘임신이고 뭐고 없이 걍 정신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기름을 걷어내야 했으므로. 어떤 사람도 원유 속에 위험한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특히 신체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임신한 여성들에게는 그 영향이 클 수 있음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 해변지역에 거주하는 임신여성들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임신 상황을 충분히 배려받을 수 없다는 점과 출산 후 몸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산후 몸조리를 도와주고 일상의 자잘한 노동으로부터 이 여성들을 쉬게 해 주었던 가족이나 가까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방제작업에 바쁘고, ‘모든 게 절딴 난’ 상황에서 혼자 몸조리한다고 쉬는 것은 눈치 보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련 행정당국의 무심함은 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한 여성의 경우, 사고 이후 크게 벌였던 펜션사업의 소득이 전무한 상황인데, 원래 계층 구분에서 저소득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의 산후도우미를 지원받을 수가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계층 구분 없이 한 달에 4만원이면 지원받을 수 있는 산후도우미 제도 확대가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생애주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신체·건강상의 사건이다.(물론 태아의 건강은 말할 것도 없다) 국가적 재난지역의 경우, 임신한 여성들의 건강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납득할 만한 보건의료 전문가의 설명과 불안 해소, 산전산후 기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와 더불어 여성들이 일차적 양육 책임을 맡고 있는 어린아이들에 대한 돌봄 지원과 충격의 치유 또한 생계비 문제나 해변가 방제작업에 우선순위가 밀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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