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의 ‘더치페이’
프랑스인의 ‘더치페이’
  • 한경미 / 번역가, 자유기고가, 통신원
  • 승인 2008.05.30 11:01
  • 수정 2008-05-30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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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 지출까지 반반씩…남의 도움 원치 않아

 

각자 더치페이를 하는 프랑스인들이  시원한 연못가에 자리한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site cialis trial coupon
각자 더치페이를 하는 프랑스인들이 시원한 연못가에 자리한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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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친구들과 가끔 레스토랑을 가는데, 식사 후에 계산서가 나오면 계산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각자 먹은 음식과 음료수 가격을 따로 계산해서 내는 방법이다. 두세 명일 때는 괜찮지만 인원이 5~6명만 되어도 한 계산서에서 각자 먹은 가격을 산출해 내는 것도 하나의 일이다.

둘째 방식은 계산서 금액을 인원 수로 나누어 내는 좀 더 간단한 방식이다. 이것은 주로 친한 친구 사이에서 이용되는데 다른 사람보다 비싼 걸 먹은 사람은 좀 덜 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대신 더 싼 걸 먹은 사람이 더 많이 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친구 사이이므로 이런 정도의 솔리다리테(solidarite 연대)는 참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거의 19년 가깝게 살아오면서 프랑스 친구에게서 식사 한 끼를 통째로 얻어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물론 가끔은 포도주 값은 자기가 내겠다는 친구, 아페리티프 값은 자기가 내겠다는 친구 등은 있다. 이렇게 식사의 일부를 사는 친구는 있어도 식사 전체를 통째로 사는 친구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한두 번 프랑스 친구에게서 식사를 통째로 얻어먹어본 적도 있는데 주로 이들은 한국에서 엄청난 대접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기 것만 내는 것에 익숙한 프랑스인들의  더치페이는 부부 사이에서도 행해진다.

일부 프랑스 부부 중에는 가계의 지출을 정확히 반반씩 부담하는데 남편이 아내보다 수입이 많다고 해서 더 내는 것도 아니다. 집세도 반반, 음식비도 반반, 전화요금도 반반 이런 식이다.

이런 경향은 결혼 전에 동거를 시작하는 젊은 커플에게 더 심하다. 결혼 전인 이들은 당연히 부부 공동계좌가 없고 각자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하므로 이렇게 계산을 칼같이 하는 것이다.

한번은 어느 친구 집에 갔는데 냉장고 문 위에 자그마한 스티커가 문이 다 덮이도록 붙어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가까이 가 보니 시장 본 내용이 그대로 다 적혀 있었다. 그런데 스티커 색깔이 두 가지인 걸 보아 하나는 남자가 산 내용이고 하나는 여자가 산 내용인 듯했다. 상품 하나하나의 가격이 그대로 적혀 있는 걸 봐서 아마도 월말에 서로 지출한 비용을 합해 가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더치페이가 기본이라 해도 이 정도는 좀 심했다 싶었는데 얼마 안 가 이 커플은 헤어졌다.

프랑스에서는 결혼식에 초대받는 것에도 두 종류가 있다. 아주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는 당연히 결혼 피로연에 초대받는다. 그런데 결혼 피로연은 아페리티프와 식사로 구분된다. 아페리티프는 입맛을 돋우기 위해 식사 전에 마시는 술인데 보통 결혼식의 아페리티프는 따라 나오는 안주가 훌륭하여 그것만으로도 배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프랑스인들은 이웃이나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초대하지 않을 수도 없는 사람들을 이 아페리티프에 초대한다. 여기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아페리티프만 마시고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모여 앉을 때 자리를 떠야 한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떠나는 사람들은 서운해 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민망해 할 것 같은데, 여기선 떠나는 자도 서운해 하지 않고 남아 있는 자도 민망해 하지 않는다.

식사의 일부에만 초대를 하고 받는 것은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그런 경험이 없지만 간혹 영화를 보면 친구를 디저트에만 초대하는 일이 있다. 식사는 자기네들끼리 간소하게 차려 먹고 디저트로 과자나 파이 하나를 구워서 친구를 불러 같이 나눠먹는 것이다.

이렇게 떳떳하게 식사의 일부에만 초대를 하고 자기가 먹은 것만 돈을 내는 데에 익숙한 프랑스인들은 원칙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기를 원치 않는다. 밥이 되건 죽이 되건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한 이들이지만 아예 남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란 힘든 법이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남편 친구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같이 여행한 적이 있었다. 차가 없는 이 친구에게 남편이 우리 차를 같이 이용하자고 제안해서 이루어진 여행이었다.

파리에서 848㎞나 떨어진 남프랑스의 페르피냥까지 줄곧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갔다. 거기에서부터 바르셀로나까지는 기차를 이용했는데 프랑스는 고속도로 사용비가 엄청 비싸서 파리에서 페르피냥까지 달린 차에 들어간 휘발유 값까지 합쳐서 꽤 많은 비용이 나왔다.

난 속으로 이 친구가 어느 정도 부담은 하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입을 씻어버리는 게 아닌가? 처음에 남편이 같이 가자고 제안했을 때 휘발유 값을 일부 내겠다고 한 것을 남편이 “뭘, 안내도 돼”라고 해서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싹 입을 닦을 수 있는 건지 너무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터 다시는 이 친구와 여행 같이 안 한다고 남편에게 으름장을 놓았더니 남편은 ‘그 친구가 별로 여유가 없어서 그럴거야’라며 그다지 서운해 하는 구석이 없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가 아니었다면 기차비를 들여서라도 갔을 텐데 우리에게 단돈 얼마라도 보태겠다고 했다면 그 정도로 서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이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질 때가 종종 있는데 바로 이와 같은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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