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유일한 민족교육의 장 ‘모스크바 한민족학교’
러시아 내 유일한 민족교육의 장 ‘모스크바 한민족학교’
  • 이은경 / 여성신문 기자·20주년 기념사업본부장
  • 승인 2008.05.30 10:36
  • 수정 2008-05-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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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식·글로벌리즘 함께 체험"
92년 개교… 높은 명문대 진학률로 인기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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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십시오”, “행복하십시오”, 그리고 “오래오래 사십시오.”

5월 10일 오전 10시, 모스크바 베젠스키가 한적한 골목에 자리잡은 제1086 한민족학교를 여성신문 러시아 경제·문화 기행단이 방문했을 때, 한복 차림 학생들의 단아한 절과 함께 들은 환영인사다. 토요일이라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엄넬리 교장과 교사들, 30여 명 학생들이 나와 동포들의 방문을 정성껏 맞았다.

학생들은 “삐악 삐악 병아리~”로 시작하는 우리 동요, 한국어와 러시아어의 시 낭송, 한국 가곡과 가요부터 소고춤, 사교 댄스, 배꼽춤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를 주축으로 다양한 문화를 접목한 학예회로 기행단의 감탄을 자아냈다. 행사 말미에 기행단 일행 모두는 ‘꽃밭에서’ ‘나의 살던 고향은’을 답례송으로 부르며 한민족의 일체감과 뭉클함을 함께 했다.

모스크바 고려인협회 교육문화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엄 교장이 이끄는 한민족학교는 수업 종소리를 ‘아리랑’으로 하는 것이 상징하듯 러시아 내 유일한 한민족 학교다. 이에 더해 유네스코 선정 세계 8대 민족학교이며, 지난해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 표창을 받은 명문학교다. 특히 모스크바의 3500여 개 공립학교들 중 명문대 진학률이 상위권이어서 다른 민족학교 재학생이 200명 정도라면 한민족학교 재학생은 700여 명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입학 경쟁률도 10대 1을 훌쩍 넘으며, 초중고 교과과정을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수업하고 있다. 학생의 60% 정도는 교민을 포함한 한국인들이고, 나머지 30%가 러시아인, 10% 정도가 흑인 등을 포함한 다른 민족 학생들이다.   

“러시아 교육청도 인정하는 세계적 민족학교임을 자부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발전과 함께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는 학생들이 급속히 늘어나 큰 보람을 느낀다.”

엄 교장은 강원도 영월 출신인 증조할아버지가 러시아에 정착한 동포 4세다. 교육학 박사 출신으로 77년 레닌상을 받을 정도로 러시아 정부에서 최고의 엘리트로 대접받던 그가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91년 러시아 교육자들과 함께 서울을 첫 방문하면서부터다. 소수민족에 대한 교육이 금지된 상황에서 성장했기에 오십 세가 넘기까지 우리 말과 글을 한 마디도 몰랐던 그는 심한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이것은 곧바로 모스크바 귀국 후 하루에 우리말 단어 15개를 외우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피눈물 나는 한국어 독학으로 이어졌다. 92년 곧장 한민족 학교를 설립하고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를 배웠고, 한편으론 목동 양정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한국어 콘텐츠를 지원받았다. 98년엔 자체적으로 초중고 국어교과서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이르렀다. 그의 이런 노력이 조명을 받으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무궁화훈장, 국민훈장 등을, 삼성생명 공익재단으로부터 비추미여성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엄 교장과 함께 학교 곳곳을 둘러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아이들이 파릇파릇 싹을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하기 위한 터전을 마련하느라 얼마나 노고가 컸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고, 박혜란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이사장은 “민족주의가 부각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글로벌리즘이 체화된 교육 현장”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엄 교장은 “한민족 학교를 세우면서 뜻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며 한국 사회가 한민족 학교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기행단에 당부했다.

기행단은 학교를 떠나면서 2007년 여성신문 1차 기행단이 방문했을 당시 기증을 약속한 한복과 도서, 그리고 성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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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사진 협조: 여성신문 러시아 경제·문화기행 참가자 김금옥, 김태호, 박성준, 윤종필 (가나다 순, 직함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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