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눈 찔러’등 막말 강의 아이들 더 고통
민간운영 한계… 객관적 검증체계 마련해야

최근 성폭력 예방 강사가 수원지역 한 초등학교 강의에서 ‘막말’을 한 것과 관련해 성교육 강사의 자질검증제도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원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수원 소재 K대학 김모(70) 교수는 지난달 16일 초등학교 5학년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휴대용 칼과 가위를 가지고 다니다가 범인 눈을 찔러라.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인형 찌르는 연습을 해라” “13세 미만은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성범죄자는 죽여도 된다”고 강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시는 최근 아동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자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전문 강사 3명을 고용해 52개 초등학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 중이었다. 김 교수는 현재 K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성문화·성폭력·성상담’ 강의를 맡고 있으며, 2000년대 초부터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 강의를 해온 ‘유명 강사’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당시 강의를 듣던 해당 학교 보건교사와 학교 측은 수원시에 “어떻게 이런 강사를 보낼 수 있느냐”고 항의했고, 수원시도 학부모 항의가 빗발치고 지난달 23일 성교육대책위까지 구성되자 지난 8일 김 교수의 수원지역 내 강의를 전면 중단시켰다.

그러나 김 교수는 “최근 성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강한 대처법을 가르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며 “미국에서는 백인들에게 강력한 성교육을 해서 강간피해가 적은데 검둥이들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해 강간을 많이 당한다”는 비상식적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숙 수원여성의전화 대표는 “아이들이 강의를 듣고 나서 자기 성기가 부러지는 꿈을 꾸거나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는 등 정신적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김 교수는 학교 측에 ‘핀트가 어긋나서 그렇지 내 강의에는 문제가 없다. 정 불만이라면 개별교육을 다시 해주겠다’고 말하는 등 문제의식을 전혀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강의에 대한 공식적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강의 내용이 이상하다”는 소문은 횡행했었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대구 초등생 집단 성폭력 사건 이후 후속 과제로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상 성교육 현장은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다.

최 대표는 “김 교수에게 이런 내용의 강의를 들은 많은 이들이 현재 성상담가로 활동하고 있어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현재 K대학에 김 교수의 성교육 강의 중단을 요구한 상태”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신력 있고 검증 가능한 아동·청소년 교육기관 등에서 체계적으로 강사 양성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성폭력 전문가인 최경숙 해바라기아동센터 소장도 “강의 내용은 성인들도 공포심과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외국 기준으로 보면 아동학대 수준”이라며 “아무리 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아동 대상 성교육은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기존의 수료증 형태가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예방강사는 성폭력상담소 등 단체에서 일정 기간 정해진 강의를 수료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강의를 이수했더라도 개인별로 강의법이 다르고, 김 교수처럼 문제 있는 강의를 하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성매매·성희롱·양성평등 예방강사의 경우에는 여성부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위탁하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가능하고, 2년마다 재교육을 받아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예방강사는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재교육이나 강의 매뉴얼 등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폭력 예방 교육은 아이들에게 상황판단 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지금이라도 객관적 검증체계를 마련해 인권감수성과 성인지감수성, 평등관점이 없는 강사를 걸러내고, 아이들의 인식 변화 등을 제때 소화하고 효과적인 강의가 가능하도록 현직 강사들의 재교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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