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인선 총선공천 ‘그들만의 잔치’에 눈살
졸속 쇠고기 협상으로 불편한 심기 불댕겨
정부는 성급한 책임전가 대신 ‘기회’ 활용을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우리나라 대학 신입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미팅’이었다. 그러나 미팅에 나가 마음에 드는 파트너를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대학시절 미팅은 “혹시나 하고 갔다가 역시나 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정의되곤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는 통계를 보며 혹시 현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마음이 1970년대 미팅에 나갔던 대학생들의 마음과 비슷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관한 야당 후보들의 집중 포화에도 불구하고 500만 표 이상의 커다란 표차로 이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시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총선에서도 국회의 과반의석을 넘는 153석을 한나라당에 안겨주었다. 그런데 총선 이후 불과 한 달, 정부 출범 이후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3%로 급락했다. 이렇게 급속하게 민심이 돌아선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대통령과 청와대는 ‘소통의 부족’을 그 원인으로 진단했다고 한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그러한 원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통 이전에 더 근본적인 원인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리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있었다면 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가 없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한 정부가 섬겨야 할 대상인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이다. 섬겨야 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심중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무엇에 근거해서 어떻게 섬기겠다는 말인가?

이명박 정부 집권 석 달의 움직임이 국민의 생각이나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제일 먼저는 청와대 및 내각의 인선이었고, 그 다음은 총선 공천이었다. 청와대 수석들과 내각 구성이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권) 인선이라는 민심의 곱지 않은 비판에 직면했을 때 이미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 18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 과정이었다.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이 당내 권력투쟁의 양상으로까지 발전하며 분열하는 모습은 정권교체를 통해 보다 나아진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에게는 ‘역시나’ 하는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46%라는 역대 총선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이 국민의 실망감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증거물이었다.

그러한 와중에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쇠고기협상의 내용이 불을 댕긴 것이다. 국민건강이나 검역주권을 염두에 두지 않은 ‘졸속 협상’으로 인해 광우병 쇠고기가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괴담 수준의 주장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급기야는 중고등학생들이 주류를 이루는 촛불시위로까지 번져나간 것이다. 현 정부에 반대하는 일부 핵심 세력 및 언론들의 선동과 움직임이 주효했다손 치더라도 원인 제공을 한 것은 정부의 부실한 협상 내용과 미숙한 대응이었음은 부인의 여지가 없다.

요약하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인선과 집권세력 간의 권력다툼, 그리고 미숙한 일처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급속한 지지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했던가? 임기 초반 지지율이 급락하는 위기상황을 맞은 현 정부는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마음에서 희망을 앗아가는 전임 정부의 우를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작은 잘못을 트집 잡는 야속한 국민이라든지 이를 선동하는 일부 언론이라고 ‘남 탓’ 할 일이 아니다. 최종 권력을 위임받은 이상 모든 책임은 현 정부에 귀속하는 것이다.

국민은 정권이 교체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싶어 한다. 아마추어리즘의 성급함이나 책임전가하기 등의 구태를 새 정부에서는 보고 싶지 않은 다수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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