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은 여성이 선호하는 것 중 으뜸이다. 가방 하나 가격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도 있다. 백화점마다 마련한 특별 전시관에는 샤넬, 루이뷔통, 버버리, 발리, 에르메스, 레스포삭, 구치 등 세계적 명품이 고객을 기다린다. 시장에는 짝퉁이 넘친다. 짝퉁 가격도 만만치 않다. 아예 짝퉁을 수출하는 나라도 있다.

명품 마니아들은 브랜드가 낮은 상품을 무시한다. 명품만 찾으니 가격도 높다. 우리나라의 그린피는 평균 2.3배, 외국산 캔 맥주는 1.8배 비싸다. 무시당하지 않으려 비싼 값도 지불한다.

명품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재료가 특수하다. 장인이 직접 제작하며 소량만 생산한다. 명품은 다른 것들과 구별된다. 명품 가방에는 현금 다발보다는 고액권 수표가 어울리고 고급 화장품이 들어 있다. 책, 서류나 부피가 있는 물건은 어울리지도 않고 담으려 하지도 않는다.

이에 비해 보자기는 어떤 형태의 물건도 담는다. 책도 담고, 어린아이 장난감도 담고, 반찬거리도 담는다. 각이 진 물건도, 둥글고 길쭉한 물건도 담는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을 포용한다. 빈 보자기는 부피도 손바닥만 하다. 접을수록 작아져 소지하기 편하다.

보자기에는 섬김 리더십의 핵심이 담겨 있다. 평상시에는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일을 할 때는 변화무쌍하다. 까칠한 사람도 담아내고 독하고 모난 성격도 품는다. 학술적 표현을 빌리자면 상이한 특성을 지닌 사람에 대해 나의 잣대를 들이대며 판단하고 비판하기보다 이해하고 배려하며 감싸는 섬김의 현대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 성격이 다르고 재능도 각양각색이다. 생각, 말씨, 행동도 저마다 다르다. 오늘날 리더는 이런 다양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각양각색의 재능을 하나도 무시하지 않는다. 21세기 공동의 선(common good)을 위해서는 어느 것 하나 버려서는 안 된다.  보자기의 넉넉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편 가르고 분리하는 리더는 반찬 투정하는 어린아이 같다. 골라 먹으면 당장은 맛이 좋지만 건강에는 해롭다.

보자기, 그 넉넉함만큼 리더십이 성장해 내 앞에 어떤 사람도 ‘뻐팅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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