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공감에 성공했으나 과장된 폭로전은 경계해야
인간적 모습 연예인에 동질감
도전정신과 노력에 깊은 인상
‘리얼하다’는 말은 현실과 같은 느낌을 준다는 뜻. 이러한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시청자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된 모습이 아닌 실제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신들과 다름없는 연예인들에게 동일성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연예인들도 자신들의 모습을 과장되게 꾸미거나 화려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혹’하게 하기보다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으로, 때로는 굴욕적인 모습으로까지 시청자들과 교감을 나누며 다가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의 꾸밈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주목 받고 있다. 그리고 유사한 다른 프로그램을 계속 탄생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 남자들의 무모한 도전’이란 기획으로 시작한 MBC ‘무한도전’은 국내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각본 없이 움직인다. 목표를 향한 출연자들의 힘겨운 서바이벌 게임에 시청자들은 진정성을 본다. 되지도 않을 일에 도전하며 지쳐가는 모습 등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무한도전’의 인기 상승은 ‘리얼 야생버라이어티’를 외치며 전국을 떠도는 KBS2 TV ‘해피선데이’의 코너 ‘1박2일’을 낳았다. ‘1박2일’의 출연자들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찾아 여행하며 소외된 지역을 소개하고 그곳 주민들과의 하룻밤 생활을 한다. 카메라는 여행의 과정을 따라가며 출연자들의 노숙과 허기진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리얼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스타가 아닌 주변의 보통 사람 같은 모습에 애정을 보낸다.
스타의 고백과 사생활 흥미 일으켜
일상적인 캐릭터와 닉네임 친밀감
같은 ‘해피선데이’의 또 다른 코너 ‘하이파이브’는 리얼 여성 버라이어티를 보여준다. 성형 고백이나 여배우의 ‘쌩얼’, 여배우 집 기습 방문과 자는 모습 공개 등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BS2 TV의 ‘해피투게더 시즌3’는 캐비닛토크, 웃지 마 사우나, 도전! 암기송 등의 코너를 통해 연예인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과거나 루머 등을 캐낸다. ‘도전! 암기송’은 사우나 안에서 높은 온도를 견뎌내며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청자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출연자들의 힘겨움을 함께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리얼 러브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SBS ‘러브 체인’은 이성의 연예인으로부터 영상 고백을 받고 일상생활을 통해 영상 메시지를 보낸 상대방을 찾아나서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정체를 모르는 상대방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궁금증의 증폭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에서는 ‘동네 바보형’(무한도전 정준하), ‘땅꼬마’(무한도전 하하), ‘하찮은 형’ ‘흑채’(무한도전 박명수), ‘허당’(1박2일 이승기), ‘은초딩’(1박2일 은지원), ‘평균 이하’ ‘2인자’ 등 연예인들의 행태를 보며 붙여준 닉네임들이 그들의 캐릭터가 되어 보는 이들의 재미를 더욱 높여주고 있고 보통 사람의 일상과 매우 닮아 있어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사생활 침해, 의도적 폭로 경계
비슷비슷한 출연진 구성 식상
방송의 진행과 재미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출연자들끼리 야, 너, 형, 오빠, 언니, 누나, 사장님 등 사석에서의 호칭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이나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말도 조심성 없이 우스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더군다나 그런 말들을 굳이 자막으로 한 번 더 보여주는 것은 경계해야 할 문제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그대로 오락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고 스캔들마저도 말장난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 또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솔직함은 프로그램의 힘이지만 출연자나 문제의 당사자가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 털어놓기를 강요하는 것은 방송의 힘을 빌려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특정 유명 진행자와의 친분관계에 의해 출연진이 구성되고 비슷한 출연진이 여러 프로그램에서 진을 치고 비슷한 사적 농담이 오고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또 그러한 속내를 굳이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 프로그램마다의 특징이 있고 제작 의도가 각기 다를진대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또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런 모습은 시청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보통 사람과 같거나 못하다는 동질성과 친밀감으로 시청자에게 접근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진짜 ‘리얼’일까, 의도된 ‘콘셉트’일까의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리얼리티를 외치며 주가를 높이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아직은 즐겁다.
그러나 인기만을 좇기 위해 혹시라도 진실이 의도적으로 폭로된다거나 과장될 경우 그 진정성마저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하고 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