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쓴 체 게바라 회고록 ‘체, 회상’
부인이 쓴 체 게바라 회고록 ‘체, 회상’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5.23 10:25
  • 수정 2008-05-23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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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투사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면모를 보다
포도주와 TV 권투중계 독서 즐기는 일상 등
사진 편지 속 따뜻한 남편 아버지 모습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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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내전에 실패하고 돌아와 볼리비아 혁명을 위해 숨어들어가기 직전인 1966년 어느 날, 비밀리에 귀국해야 했던 체 게바라가 쿠바 아바나의 안가에서 60대 노인 ‘라몬’으로 변장한 채 가족을 만났다. 아버지의 친구로 변장하고 4명의 아이들을 만난 체가 뛰다가 넘어진 큰 딸을 부드럽게 일으키자 딸은 엄마에게 “엄마 이 남자가 나한테 반했나봐”라고 속삭였다. 그 모습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체 게바라 부부의 모습은 읽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올 6월이면 탄생 80주년을 맞는 체 게바라는 혁명의 영웅이자 아이콘으로 상징되는 존재다. 그에 관한 수많은 전기가 출시되었고 몇 년 전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그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대통령궁에서 찍은 체와 알레이다의 모습.
대통령궁에서 찍은 체와 알레이다의 모습.
최근 출간된 ‘체, 회상’은 체 게바라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그의 아내 알레이다 마치의 회고록. 남편의 사망 이후 40여 년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게 된 알레이다는 혁명의 역사를 논하기보다 체와의 첫 만남으로부터 그의 사망,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진 삶까지 담담하게 그려낸다. 따뜻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인간 체 게바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교사 생활을 하다 반군 혁명에 뛰어든 알레이다는 1958년 이념적 동지로 체와 만나 사랑을 싹 티웠다. 게릴라 활동 자금 전달책으로 당시 지방사령관이었던 체와 만난 것이 둘의 첫 만남. 체는 반지 대신 M-1 소총으로 사랑을 전했고 쿠바 아바나로 진군하던 차 안에서 청혼을 했다. 그리고 1967년 체가 39세 나이로 볼리비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하기까지 두 사람은 8년간 부부로 함께 하며 4명의 자녀를 낳아 길렀다.

이 책에선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사진과 편지, 엽서 등을 통해 인간 체 게바라의 모습을 털어놓는다. 행복하게만 보이는 젊은 시절 두 사람의 결혼식 사진, 따뜻한 오후의 한때를 보내는 가족사진 등 다양한 사진들, 그의 필적이 드러난 편지 등이 볼거리다.

“가까이에 적도 없고, 눈앞에 꼴도 보기 싫은 자들도 없이 갇혀 있는 지금 너무나 아프게 당신이 필요하오. 생리적으로도 그렇다오. 카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일리치(레닌)가 늘 그런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것은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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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잘 교육하시오. 버릇없이 키우지 마시오. 그들의 응석을 너무 받아주지 마시오.”

체가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가장이기보다는 혁명 투사로서 살아야 했던 남자의 아내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아이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아버지의 마음이 가득하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억제하고 기계 같은 괴물이라고 믿으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소. 알레이다 나를 도와줘요. 더욱 강해지도록.”

부인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만 드러났던 체의 나약한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부인의 눈으로 그려낸 체의 일상은 색다른 모습이다. 물에 탄 붉은 포도주를 즐기고 토요일이면 TV로 권투경기를 보곤 했던 모습은 여느 가장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 정치, 철학과 라틴 아메리카 시인에 푹 빠져 있던 독서광 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안녕, 하나뿐인 내 사랑, 배고픈 이리 떼 앞에서, 내가 없는 초원의 추위에서도 떨지 마요. 내 심장 옆에 당신을 데려가니까요. 그리고 우리 둘이 길이 끝날 때까지 함께 갈 거예요.”

체가 볼리비아로 가기 직전 아내에게 건넨 시에서는 그에게 다가온 운명을 예감한 듯한 마음이 느껴진다.

 

공원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가족.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공원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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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이다는 체를 ‘돈키호테’에, 자신을 돈키호테의 사랑을 받은 둘시네아, 혹은 돈키호테를 평생 수행했던 ‘산초 판사’에 비유했다. “이 둘은 내 삶의 동반자였던 현대판 돈키호테를 따르고자 한 인물이었다.

그는 세르반테스의 인물에 부드러움이 가미된 인물이었고 비록 다른 상황이라 해도 같은 목적을 위해 새로운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혼자가 된 알레이다는 다른 동지와 재혼했고 쿠바에서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두 사람이 낳은 두 아들은 변호사로, 두 딸은 의사와 수의사로 각각 성장했다. 그는 “아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이 회고록을 출간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알레이다 마치 지음/ 박채연 옮김/ 랜덤하우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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