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발견한 쿨한 인생’

아흔 여섯 할머니의 이야기인 ‘50세에 발견한 쿨한 인생’ 스무 살 독자의 사고방식에 비춰보아도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 미쓰다 후사코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소개로 고급 공무원과 결혼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딸 하나를 두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리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남편의 죽음. 기댈 곳 없이 딸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당시 그의 나이는 50세였다.

평생 전업주부로 남편에게 헌신하며 살아왔던 삶의 궤도에서 떨어져 나온 그가 선택한 것은 혼자서 즐거워지는 방법을 찾는 ‘유쾌한 독신’의 길이었다. 그는 함께 살자는 딸의 만류도 뿌리치며 고전 공부, 사교춤 연습, 신문 기고, 목욕 등 혼자만의 생활을 즐긴다.

“고독하다고 해서 외로운 것은 아니다. 무턱대고 남에게서 위로받으려고 하지 말고 혼자 생활하든 가족과 생활하든 자신에게서 위안을 찾는 방법을 하루 빨리 익히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자신을 잃어버린 ‘외로운’ 인생이 되어 버린다.”(138쪽 중)

사실 후사코 할머니는 참 괴팍한 사람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곧바로 해버리며 사람 사귀기를 별로 안 좋아하고 딸에게도 ‘편협한 고집쟁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를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자기 삶을 정말로 사랑할 줄 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이기 때문이다.

후사코 할머니는 “늘 내일이 기다려진다!”며 소녀처럼 설렌다. 50대인 부모님에게도, 20대인 친구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은 것은 이 설렘을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많이 퍼진 독신주의지만, 유구한 경험을 축적한 옛 세대에서 외칠 때 그 울림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혼자 사는 노인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내는 일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판에 박힌 듯 현학적인 문체가 아니라 그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 발랄하고 생기 있게 쓰여졌다.

주인공과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활자를 크게 하고 행간을 넓히는 등 늙음을 긍정하고 싶은 귀여운 할머니의 배려가 책 곳곳에 배어 있다.

미쓰다 후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기파랑/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