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어 강릉서도 학교 내 초등생 집단 성추행
피해자 당시 충격으로 정신병원 입원치료
2년 사이 미성년 성폭력 가해자 61% 증가

‘10대 성폭력’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대구 초등생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일단락되기도 전에 강릉 모 초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이 같은 반 여학생들을 집단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전교조 강원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당시 초교 6학년이던 남학생 7명이 같은 반 여학생 A양(당시 12세)을 학교 급식소 인근 화장실로 불러내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만지는 등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학교 수업시간에도 A양을 화장실로 데리고 가는 등 6~7차례에 걸쳐 강제 추행했다.

A양의 부모는 지난 1월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고발했고, 이 중 5명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월 춘천지법 소년부에 송치됐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 달 중 보호처분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번 강릉 사건은 ▲10대 미성년자가 성폭력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점 ▲집단적이고 상습적으로 가해 행위가 발생한 점 ▲사건 발생 후 뒤늦게 알려진 점 등 대구 사건과 상당 부분 유사한 모양새다. 문제는 교육 당국의 안일한 대처까지 닮아 있다는 것이다.

사건 직후 중학교로 진학한 A양은 입학과 동시에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가야 했다. 가해 학생들이 인근 중학교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피해 부모에 따르면 A양이 당시 이 같은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당시의 충격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정신병원에 입원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학교 측 관계자는 “사건 당시 영어 전담교사가 몸이 아파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사건의 해결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 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학교 측은 뒤늦게 진상조사를 벌이고도 아직까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강원도 교육청 역시 “법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수업 시간 중 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도 교육 당국은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며 “도내 초등학교에서 여학생 성추행이 발생한 직후 안일한 대처를 한 것에 대해 한장수 교육감은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더 큰 문제는 ‘알고 보니’ 10대 성폭력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대구 사건이 터진 후 지난 12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김도연)가 각 시·도 교육청의 성폭력 관련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 20세 미만의 성폭력 가해자가 최근 2년 새 6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다시 한 번 충격을 안겨줬다. 피해자도 같은 기간 44.3%나 늘었다.

성폭력 사건 청소년 가해자는 2005년 1329명에서 2006년 1811명으로 1년 만에 500명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2136명에 달했다.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도 2005년 54명, 2006년 110명,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105명이었다.

피해 청소년도 2005년 3787명, 2006년 5159명, 지난해 5460명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 수 773만4531명과 비교하면 1400명당 1명꼴로 성폭력 피해를 본 셈이다.

이에 교과부는 학생 성폭력 전국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일선 학교에 성폭력 담당 교원을 확대 배치키로 했다. 교과부의 성교육 지침에 따르면 현재 초·중·고교 성교육 시간은 연간 10시간으로, 성폭력(2시간)과 성매매(1시간)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유해 인터넷 사이트 차단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TV의 경우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은 평일 오후1시~10시, 공휴일과 방학 기간 오전10시~오후10시, 유료채널은 오전6시~오후10시를 19세 이상 등급물 상영 제한 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아울러 각 시·도 교육청도 성폭력 예방 특별 집중교육을 실시하는 등 중장기 실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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