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으로‘안주’대신 자립 택한 작가의 삶

 

‘미스 포터’는 ‘피터 래빗 이야기’ ‘제미마 푸들 덕 이야기’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동화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9~1944)의 젊은 시절을 그린 전기 영화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부모가 정해주는 남자와 결혼해 가정주부로 살아야 했던 빅토리아 시대 상류층 여성의 삶을 거부하고, 계급이 낮은 남성과의 연애와 결혼을 주장하고, 동화 작가로 자립하는 과정을 담백하고 아름답게 그렸다.

노처녀 베아트릭스 포터(르네 젤위거)는 어머니의 결혼 성화에도 불구하고, 도화지 안에서 어릴 적부터의 친구인 숲 속의 작은 동물들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베아트릭스는 파란 조끼를 입은 토끼 피터 래빗 이야기를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를 찾았다가, 젊은 신참 편집자 노먼 원(이완 맥그리거)을 소개받는다. 노먼은 베아트릭스의 그림 가치를 알아보고 계속 책을 낼 것을 제안하며, 여동생 밀리 원(에밀리 와슨)도 소개해 준다.

베아트릭스는 밀리의 우정, 노먼의 사랑 속에서 창작에 몰두하지만, 부모님은 노먼과의 결혼을 반대한다. 베아트릭스는 노먼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우지만, 노먼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베아트릭스를 위로해준 것은 어릴 적부터 놀이터인 레이크 디스트릭의 아름다운 풍광과 숲 속의 작은 동물들이었다.

 

‘미스 포터’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동화 그림처럼 온화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베아트릭스가 그리는 동물 캐릭터가 기쁨과 슬픔을 대신 표현하도록 한 것은 상상력 뛰어난 동화 작가 이야기에 안성맞춤이다. 양치기가 되고 싶어 하는 돼지 이야기인 ‘꼬마 돼지 베이브’로 데뷔한 크리스 누난 감독다운 발상이고 연출이다.

‘미스 포터’는 전체관람가 등급이지만, 유아들까지 이해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 폭력과 섹스 묘사만 없으면 소재와 연령별 이해도에 상관없이 등급을 부여하는 현 제도는 문제가 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어릴 때 휴가를 보냈던, 동화 창작 원천이기도 한 잉글랜드의 컴브리아 지방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1930년대까지 자신의 인세로 레이크 디스트릭 일대 토지 4000에이커를 사들였다. 베아트릭스는 이 일대가 개발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재산을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했다.

77세에 세상을 떠난 베아트릭스의 유해는 화장된 후 레이크 디스트릭 일대에 뿌려졌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레이크 디스트릭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한 해 7만5000여 명의 팬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1936년, 월트디즈니는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과 동화 캐릭터를 영화로 만들길 원했지만, 베아트릭스 포터는 이를 거절했다. 사후에야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이 TV 영화, 뮤지컬, 발레 등으로 만들어졌고 동화 캐릭터는 수예 도안, 도자기, 인형, 달력, 유아용품, 장신구 등으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감독 크리스 누난/ 출연 르네 젤위거, 이완 맥그리거/ 제작연도 2006년/ 상영시간 92분/ 등급 전체/ 출시사 태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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