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 후유증 심각
교육감·교장도 동문서답

대구 초등생 집단 성폭력 가해 중학생 3명이 지난 4일 구속됐지만,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A초등학교 학생들이 극도의 불안증세를 호소하고 있고, 대구지역 다른 초·중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성폭행사건이 일어났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도 음란물 모방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어 2차, 3차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문희 한나라당 의원과 유승희 통합민주당 의원, 이인식 여성부 차관은 지난 2일 대구시교육청과 영남권역 해바라기아동센터, A초등학교 등을 찾아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동성간 성폭력 사실을 처음 발견한 A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이날 문희 의원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가해사실을 밝힌 아이들이 불안해하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고, 팔이 부러졌는데 왜 이렇게 됐냐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 등 사건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심리적 병리현상과 학교폭력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구여성회·전교조 대구지부 등 대구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학교폭력·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 공동대책위’에도 비슷한 사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수시로 성관련 상담을 받고, 가해·피해 학생들이 지속적인 치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에 성교육·성상담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대구시교육청이 오는 7월부터 각 초등학교에 전문 성상담사를 배치키로 했지만, 문제가 쉬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공개 간담회에서 A초등학교 교장은 “가정에서 음란물 시청을 단속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며 책임을 부모에게 미뤘고, 신상철 대구시교육청 교육감도 “미리 사건을 알았더라도 뭘 더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음란물 모방 성범죄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여중생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중학생 A군(15)이 구속된 것.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군은 평소 음란물을 즐겨보다 세차례에 걸쳐 여학생 2명을 성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공동대책위는 “대구 A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더 나아가 전국 초·중등학교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