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보건복지위로 통합하자" 제안
여성연합 "여성부 폐지 수순 아니냐" 반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문희)가 18대 국회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오는 6월5일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임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통합민주당이 여성가족위원회를 보건복지위원회와 통폐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최재성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일 “여성위원회를 없애자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이미 여성부의 업무가 보건복지가족부로 넘어갔다”며 “여성의 제일 큰 문제가 보육문제인 만큼 차라리 보건복지위에 합쳐 보육문제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성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고 했을 때 함께 앞장서서 반대투쟁을 벌였던 ‘동지’가 하루 아침에 위원회를 없애자는 입장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김은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여성부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여성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상임위를 없앤다는 것은 국회 자신의 존재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정책국장은 “여성부 축소 존치에 이어 여성위까지 복지위로 흡수시키면 ‘여성부 폐지 수순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각 당 원내대표들이 상임위 존치로 논의를 진행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문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한나라당)과 장향숙 여성가족위 간사(통합민주당)도 지난 8일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여성위 통합 의견 철회를 요구했다.

여성가족위는 지난 1994년 제2정무장관 시절 ‘여성의 복지와 권익 향상에 관한 사항’에 대한 심사를 목적으로 특별위 형태로 첫 구성됐다. 이후 2001년 여성부 출범과 함께 2002년 상임위(겸임)로서 여성위원회로 확대 개편된 데 이어, 2005년 여성가족부 출범으로 지금의 여성가족위(겸임)로 명칭이 변경됐다.

여성계 일각에서는 “상징성 때문에 상임위를 유지하는 게 좋을지, 더 큰 상임위와 통합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나을지 심사숙고할 문제”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김은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여성가족위 때도 보육과 가족 현안에 밀려 여성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는데, 여성위로 축소 존치될 경우 ‘깍두기 위원회’로 이름만 남을 가능성도 있다”며 “보건복지가족위나 운영위 등 역할과 비중이 큰 상임위와 통합해 성주류화 통합·조정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의 이같은 의견에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상임위를 2~4개 축소해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의 위원장 장악력을 줄이자는 ‘정치적 판단’이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지난 2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을 열고 18대 원 구성 협상에 착수했으나, 상임위 조정 및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등을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오는 15일 2차 회담을 열 예정이지만, 한나라당(22일)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이 완료되는 중순 이후에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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