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 특수아동 등… 재검토 요구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연휴를 전후해 학교들이 길게는 9일까지 단기방학에 돌입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572개 중 33%에 달하는 188개교가 이달 중 3일 이상의 단기방학을 실시한다. 지난해 7월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재량휴업(단기방학) 활성화 방안’ 이후 처음으로 단기방학을 맞게 된 것이다.  

‘재량휴업 활성화 방안’은 연휴를 이용해 가족들과의 체험활동을 장려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단기방학 결정이 학부모와의 사전협의 없이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실시되고, 게다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나 맞벌이 가정에 대한 대책이 미비해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학부모 단체들의 게시판과 상담실에는 단기방학에 대한 항의와 상담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단기방학 기간 동안 가족들과 함께 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단기방학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게 현실. 맞벌이를 하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단기방학 프로그램 신청서에 동그라미를 쳐서 냈더니 다음날 아이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신청서를 낸 사람이 그의 자녀 혼자였기 때문.  

그는 “단기방학에 학교에 오면 ‘나 홀로 자녀’로 낙인 찍히고 놀림을 당한다”면서 “도대체 아이들이 받는 상처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또한 단기방학 실시 통보가 제대로 안되고 있으며, 단기방학 프로그램도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 졸속으로 운영돼 학부모들은 이래저래 불안감만 쌓여가고 있다.

제주도의 E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5월 중 급식 일정이 비어 있는 것을 알고, 그제야 9일간의 단기방학 실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그는 “교장선생님께 연락해 단기방학 기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고 어떤 프로그램을 실시하는지 문의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특수아동과 같이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둔 학부모들에게 단기방학은 더욱 고통스럽다.

경북에 있는 특수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특수아동을 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직장을 쉬든지, 큰 돈을 지불하고 도우미를 불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가족간의 유대 강화와 다양한 문화활동 체험을 위해 실시되는 단기방학 취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운영과 대안 미흡으로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은 대안 마련에 무심하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우리는 ‘지역별로 동일한 시기에 초·중·고교에서 재량휴업을 실시하라’는 지침만 내려 보냈을 뿐 구체적인 사항은 시·도교육청 소관”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교육청에도 재량휴업에 대해 여러번 문의를 했으나 담당이 아니라는 얘기로 전화를 돌리기만 할 뿐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전은자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장은 “단기방학 실시에 있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부모의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으며,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 단기방학의 취지였던 가족체험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체험학습 신청제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방학 실시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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