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위주 부동산세 양도세 등 규제 피해
저가에 몰려 시장 왜곡…추격매수 자제를

싼 게 비지떡? 적어도 요즘 주택시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최근 저가형 주택들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는 트렌드이자, 히트상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세를 이끌어온 곳은 강남권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노원구를 비롯해 도봉구, 강북구, 중랑구, 금천구 등 소위 집값이 싼 지역들이 유례없는 고공비행을 계속하며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미 강남권을 추월한 지 오래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5월 첫째주)까지 서울에서는 노원구 아파트값이 10.10%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이어 도봉구(7.83%), 중랑구(5.54%), 강북구(4.67%) 등의 순으로 나타나 상위 지역을 모두 강북권이 휩쓸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의 올 들어 현재까지 석달여간 가격상승폭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2007년 한해 동안 서울 전체 아파트값이 평균 1.38% 오르는 데 그쳤던 것과 비교해 이들 지역은 이미 지난 1년치 상승률을 몇배씩 넘어선 셈이다.

경기도 역시 저가 지역들이 단연 상승세의 중심에 있다. 그동안 분당, 용인 등 남부권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경기 북부권의 외곽 지역들이 오름세를 이끌고 있다.

양주시는 올 들어서만 10.22% 상승해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 초까지만 해도 3.3㎡당 아파트값이 300만·400만·500만원대를 유지하던 동두천, 이천, 오산시 등이 최근 각각 400만·500만·600만원을 잇따라 돌파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저가 지역들이 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저가 주택의 강세는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이 싼 곳이나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중소형 아파트에만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가격이 비싼 중대형이나 고분양가 아파트들은 철저하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수요자들의 주요 관심지 중 하나였던 용인 지역에서도 중대형 아파트는 대거 미달 사태를 빚었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주택시장의 트렌드가 ‘저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DTI, LTV 등의 대출규제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중과 등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이 그간 상승폭이 컸던 중대형의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으면서 적은 자금으로 매입이 가능한 중소형의 저렴한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저가 메리트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을 불러들이는 가장 큰 매력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중에 선보일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도 한몫을 하는 요인이다.

장기간 자금이 묶인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세보다 20~30%가 싼 만큼 시세차익까지 보장된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서는 투자수요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저가 상품들의 인기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오름세로 인해 저가 주택의 최대 이점인 ‘저가 메리트’가 사실상 희석되고 있기 때문. 더구나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은 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오름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신규 분양시장 역시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할 경우 가격이 싸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을 크게 갖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현재 저가 상품의 인기는 당분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겠지만 정부의 규제와 비정상적인 시장 왜곡 상황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트렌드로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따라서 최근 강세를 보이는 소형 아파트나 강북권 아파트를 추격 매수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소위 ‘끝물’에 막차를 타게 되는 경솔한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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