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하듯 배우면 딱딱한 과학도 쉬워져요"
교사·학생 관계 푸는 데 놀이가 제격
"완벽한 놀이는 완벽한 교육" 주장
“뇌하수체, 부신, 생식샘. 내분비샘과 관련된 호르몬 카드가 세 장 나오면 내분비샘! 이라고 외치면서 종을 치면 됩니다.”
지난 13일 한양대학교 자연과학대의 한 강의실에서 과학교사들이 모여 인기 보드게임인 ‘할리갈리’에 물리학 지식을 접목시킨 ‘돌연변이 게임’(Mutation Game)을 즐기고 있었다. 게임인지 과학수업인지 헷갈릴 정도로 신나는 게임에 빠져있는 이들은 과학을 놀이처럼 신나게 교육하고자 모인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신과람) 회원들이다.
신과람은 신나고 재미있게 과학을 교육하고 대중화하기 위해 1991년에 결성된 중·고교 과학교사들의 모임이다. 신과람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에 모여 재미있는 실험을 함께 연구하고, 이를 수업시간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다. 작용 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한 ‘물로켓’, 소리의 원리를 이용한 ‘빨대 피리’,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의 밀도차를 터득할 수 있는 ‘물 도넛 만들기’ 등은 이들이 만들어낸 흥행작들이다.
한문정 과학교사는“놀이하듯 직접 손으로 실험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과학에 마음을 열고 흥미를 가지게 돼요”라며 신과람 활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신과람은 과학실험연구뿐만 아니라 과학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이언스 잼버리’, 과학단지나 박물관을 견학하는 ‘과학 탐방 프로그램’, 마술로 과학 원리를 터득하는 ‘과학마술’ 등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다채로운 과학 행사를 벌이고 있다. 99년에는 쟁쟁한 대학교수들을 제치고 여성부 프로젝트 ‘여학생 친화적 과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트(www.tes.or.kr)에는 손쉽게 할 수 있는 과학실험 방법과 퀴즈 형식의 과학 상식 등이 소개돼 있다.
이처럼 딱딱한 공부를 놀이와 연결시켜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을 연구하는 다양한 교사 모임이 있다.
명칭부터 놀이를 연상시키는 교사놀이모임 ‘가위바위보’(www.gababo.com)는 놀이에 대해 연구하고, 현장에 보급하는 단체다. 놀이연수를 통하여 놀이 나눔을 실천하고, 연구물의 간행 및 자료 보급, 다른 교육 문화예술단체와의 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월별로 풍물, 연극, 춤, 마술 등 다양한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놀이연구회 놂’(www.nol2i.com)은 전자오락이나 유해한 놀이 환경에 젖어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서라도 건강하게 놀 수 있도록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설립한 모임이다. 놀이연구회 놂에서는 교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연구하고, 놀이배움터와 놀이캠프를 통해 아이들에게 놀이를 보급한다. 특히 전래놀이를 집중적으로 연구 보급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사라져 가는 전래놀이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놀이를 통해 교육을 연구하는 선생님들은 놀이교육이 학습적 측면뿐 아니라 아이들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가위바위보의 회원인 조선영 교사는 “인지학습측면에서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이런 ‘관계’를 풀어가는 데 놀이교육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완벽한 놀이는 완벽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진오 전교조 문화국장은 “놀이를 매개로 교육적 효과를 달성하는 동시에 건강한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과활동, 학교행사, 공동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놀이 방법이 개발되고 연구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