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깨고 만나는 백조들의 다양한 사랑
발레리나에 비보이, 일반인 출연진 캐스팅 눈길
"예술가들이 바뀌어야" 클래식 발레의 벽 허물기

 

발레 팬이 아니라도 익히 들어본 유명한 작품 ‘백조의 호수’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오는 17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되는 ‘Swan Lake-사랑에 반(反)하다’. 발레가 가진 권위와 보수성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신개념의 발레 공연을 계속해온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뉴발레’ 시리즈의 새 작품이다.

“백조의 호수를 이렇게 새로 만드는 건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에요. 연습과정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매일 밤 늦게까지 연습 중이라는 조기숙 교수의 목소리는 피곤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밝았다. ‘뉴발레’ 시리즈로 새로운 무용언어를 만들어온 그가 이번에 도전한 것은 정통 클래식 발레인 ‘백조의 호수’. 작품의 기본 테마인 사랑과 저주, 희생을 새로운 형식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클래식이라는 게 칼의 양면 같아서 잘하면 멋진 작품이 되지만 자칫하면 발레를 제한적으로 가둬버릴 수가 있다”고 말하는 그는 “대중과 예술과의 벽을 깨려면 예술가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 중 2막 사랑의 테마를 재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왕자의 시각이 아닌 백조 개개인의 시각에서 보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자기애, 동성애, 무소유적 사랑 등 현대인의 각종 사랑의 모습이 백조들을 통해 표현된다. “기존의 클래식 발레에서 백조는 무대 위에 아름답게 서있는 조연이었지만 여기선 모든 백조 하나하나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주체입니다. 자신의 사랑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긍정적으로 사랑하죠”라는 말에 조 교수가 표현하고자 하는 백조의 모습이 담겨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시니어 솔리스트인 안지은이 오테트 역을, 수석무용수 황재원이 지그프리트 왕자 역을 맡았다. 여기에 백조로 출연하는 비보이 고승현, 마왕 역에 조동성 서울대 교수, 백충기 경기도 수의사회 회장 등 사회 유명인사들이 특별출연, 독특한 캐스팅을 보여준다. 특별출연에 나선 4명의 인사들은 조 교수와 함께 경영학 수업을 듣는 이들이라고. ‘마왕’이 나타내는 현대인의 고뇌, 불안을 표현하기 위해 캐스팅했다는 조 교수는 무용가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에 열중하는 이들을 통해 “요즘 경영인들이 많이 바뀌고 있구나. 오히려 예술가들이 닫혀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발레가 가진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발레를 추구해온 조 교수의 새로운 ‘백조의 호수’가 관객과 함께 만들어낼 즐거움이 기대된다. 문의 (02)2263-4680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