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댈러웨이 부인
  • 옥선희 / 영화 칼럼니스트
  • 승인 2008.05.09 10:15
  • 수정 2008-05-0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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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의 순수했던 시절의 나를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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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된 런던의 초여름. 하원의원 댈러웨이씨의 아내 클라리사(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화창한 날씨에 만족해하며, 저녁 파티에 쓸 꽃을 사러 나선다. 도중에 오랜 친구를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클라리사는 젊은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18살의 클라리사(나타샤 멕켈혼)는 아름다운 전원저택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파티 참석을 즐겼던 클라리사에겐 자유분방한 친구 샐리, 상류층 위선을 혐오하는 피터가 있었다. 그 즈음 댈러웨이가 저택을 방문했고, 클라리사는 오랜 연모를 고백하는 피터를 거절하고 댈러웨이와 결혼했다.

딸을 낳고, 정치가의 아내로 살아온 나날. 클라리사가 주최하는 파티는 총리 부부까지 참석할 정도로 유명하다. 클라리사는 손님을 맞이하며 자신에게 묻고 답한다. 정말 행복한지, 인생이 무엇인지를.

영화 ‘댈러웨이 부인’은 파티를 준비하는 클라리사의 하루를 따라가며 과거를 회상하고, 또 클라리사의 사색에 큰 영향을 미친 귀환병사 셉티머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한다. 셉티머스의 자살 소식을 전해들은 클라리사는 이렇게 자문자답한다.

“청년은 자기 삶을 던졌어. 난 연못에 동전을 던진 게 전부인데. 그러나 그는 영원히 젊은 모습이겠지. 우린 늙었고 더 늙어갈 텐데. 부패와 거짓과 잡담 속에서 살며 정작 중요한 것은 잃은 것 같아. 무엇이 우릴 살게 하는 것일까. 미천한 삶에 놀라움을 안기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우린 그저 매순간 거기 머물라고 외치지.”

그러나 이처럼 깊은 사색도 클라리사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지는 못한다. “청년의 죽음으로 인해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라는 마무리에서도 알 수 있듯, 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청년의 죽음은 클라리사의 삶을 합리화하는 데 인용될 뿐이다. 그렇다 해서 클라리사를 상류층의 허위의식에 매몰되어 현실을 외면하는 속물로 보긴 어렵다. 클라리사는 친절과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상류층의 평탄한 삶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았고, 이를 선택하고 그 삶에 충실했을 뿐이다. 

나의 선택과 현재의 삶은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일까? 순수했던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은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인가? 왜 어떤 이에겐 헤어날 수 없는 삶의 비극이 각인되어 고통 속에 죽어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도 결국 삶을 예찬하는 영화 ‘댈러웨이 부인’은 영국의 여성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1925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에 기초한 작품이다.

‘댈러웨이 부인’은 세 여성의 영화인 덕분에 영화화가 가능했다. 각본을 쓴 배우 에일린 엣킨스, 연출을 맡은 마를린 호리스, 댈러웨이 부인을 연기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예순살에 출연한 ‘댈러웨이 부인’에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온화한 표정 뒤에 설렘, 절망, 기쁨, 의혹, 연민을 내비치며 버지니아 울프의 여주인공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감독 마를린 호리스/ 주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나타샤 멕켈혼/ 제작연도 1997년/ 상영 시간 97분/ 등급 12세 이상/ 출시사 엔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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