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무지·태만이 사건키웠다
전문가의 학교 성폭력 예방교육 필요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내 집단 성폭력 사건이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미 교사들에 의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 학교장이나 교육청 차원에서 교사들의 보고를 묵살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교육계의 성인지 의식 부재와 대처능력 부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이 포르노물을 교과서 삼아 성폭력을 자행한 현실 앞에서 학교 내 전문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사건와 관련해 대구여성회와 대구여성의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등 대구지역 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가 지난달 30일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관련 학생들이 상담과정에서 밝힌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는 형이 재미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집으로 따라가자고 해서 갔더니 음란물을 강제로 보게 했다. 안보면 때려서 강제로 보았다. 수업시간에도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학교 근처, 테니스장, 공원, 놀이터, 오락실, 학교 뒤 건물 등에서 고학년 남학생이 저학년 남학생의 바지를 내리고 신체의 일부를 만지며 항문과 구강 성폭력을 했다. 하기 싫다고 하거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구타했다.”

이번 사건의 발생 시기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나, 한 교사에 의해 처음 인지된 것은 지난해 11월 말쯤. 성적 행위를 따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상히 여긴 한 교사가 조사를 시작, 40여명의 아이들이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아냈다. 학생들의 담임 6명은 교장에게 학부모에게 고지할 것과 아동상담소에 신고할 것 등 대책을 요구했지만 교장은 “내가 하겠다”고만 했을 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보다못해 이들은 대구시교육청과 남부교육청에 사건을 의뢰했지만 교육청 관계자는 “남학생 간에 일어난 것은 성폭력이 아니니 학교폭력으로 보고하라”는 식의 답만 주었다. 이렇게 적극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방학을 맞았다.

사건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달 21일 성폭행당한 한 여학생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 이어서 25일에도 2건의 성폭력 사건이 추가로 신고됐다. 대구경찰청은 28일 3개의 사건을 한 사건인 것처럼 묶어 보도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따라 사건의 심각성과 선정적인 보도를 우려, 비공개로 조사를 진행해왔던 대책위도 3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음란물을 만들어 아이들이 볼 수 있게 방치해왔고,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지 않은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모든 아이들이 피해자임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전문 상담가의 상담 및 치료 ▲아동인권의 관점에서 철저히 수사 ▲성인지적 관점을 가진 전문 성교육자의 학교 내 성교육 실시 ▲책임을 회피한 교육청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시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으나 교육감은 자리에 없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도 30일 성명서를 통해 “지역사회와 학교의 폭력 예방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구조적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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