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 취업과외 ‘만족 못해’
적성 파악 후 필요한 공부에 ‘집중’해야

 

학원가는 취업준비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학원가는 취업준비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취업준비자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1인당 1000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어학, 자격증, 직무학습 등 취업 과외를 위한 지출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액수만큼의 효과를 보는지는 의문이다. 대다수가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취업 과외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천만~3천만원까지… 구직자 절반 이상 취업 위해 과외

취업준비생 김모(25·여)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데 지난 한해 동안에만 230만원의 비용을 썼다. 승무원학원 3개월 코스를 수강하는 데 140만원, 영어학원 토익집중반 3개월 수강에 90만원가량을 소비했다. 여기에 대학 4년 동안 다녔던 각종 어학원과 컴퓨터자격증 학원 수강료를 합하면 1000만원이 족히 넘는다고 했다.

J대학교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여대생 최모(24)씨는 지금까지 3000만원을 넘게 썼다. 외국계기업 취업이 목표인 그는 1학년 때 1년 동안 영어회화 과외비로 300만원을 지출했고, 뉴질랜드로 8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데 25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중국어 과외비로 매달 25만원씩 275만원을, 지난해 1년 동안 마케팅 실무과정을 수강하는 데 200만원을 소비했다.

이들처럼 취업을 목적으로 취업 과외 등 지출을 하고 있는 구직자는 10명 중 5명을 넘는다.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지난해 구직자 17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업하기 위해 지출을 하고 있는 구직자는 응답자의 55.8%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익·토플·텝스 등 영어시험에 대비한 학습이 20%로 가장 많고, 영어면접에 대비하기 위한 영어회화 강습이 19.7%,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습이 16.9%, IT와 컴퓨터 관련 교육이 10.9%, 직무와 관련된 전문실무 학습이 9.6%로 ‘취업 과외’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들이 쓰는 연간 비용은 1인당 평균 207만원으로 집계됐다. 보통 대학 2학년부터 시작해 4~5년 동안 취업준비를 하는 것을 반영하면 1인당 취업을 위해 과외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1000만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46.2% 취업과외 ‘만족 못해’

하지만 많은 구직자들이 취업 과외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구직자의 46.2%가 ‘지금까지 수강한 과외학습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취업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과목을 수강하거나, 단순히 ‘과외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4년 내내 외국어학원, 컴퓨터학원 등 쉴새없이 학원을 다녔다는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사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자들보다 뒤처질까봐 불안해서 학원에 다녔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토익 점수를 원하는 대로 얻은 후에는 영어회화와 중국어를 배웠다. 물론 외국어 실력은 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학원을 다니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불필요하게 수강한 과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취업 과외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1년 동안 다녔다는 취업준비생 최모(26)씨는 “아카데미 1년치 수강료 250만원으로 차라리 배낭여행을 다녀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후회했다. 그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으로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뛰어난 수강생들과 비교가 되고, 또 높은 경쟁률이 부담스러워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그룹스터디를 통해 당당히 아나운서가 되는 친구들도 있다. 학원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적성 파악 후 필요한 공부에 ‘집중’해야

이에 대해 헤드헌팅 전문업체 EM컨설팅 황은미 대표는 “구직자들이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스펙’(학점·토익점수·자격증 등)을 높이려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 없이 무조건 과외학습을 받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적성을 정확히 탐색한 후 직무에 맞는 자격증을 선별해서 취득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돈을 들이려고만 하지 말고 공공기관이나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무료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해 효과적인 취업준비를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도 “사교육으로 취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 업무와 관련이 없는 자격증도 많다”며 “자격증보다 인턴십이나 자원봉사, 동아리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리더십과 풍부한 경험을 쌓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료 취업 과외 이용하려면?

취업을 위해 누구는 1000만원 이상을 쓴다지만, 굳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학습을 받을 수 있다. 어학부터 직능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사이트들이 많다. 

- 위민넷 사이버캠퍼스 (www.women-net.net)

어학교육관(토익, 비즈니스회화, 생활영어, 중국어 등), 커리어UP교육관(취업, 창업, 이미지메이킹 등), 재테크교육관(자산관리, 경제학개론 등), IT교육관(한글, 엑셀, 포토샵 등), 자격증교육관(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 등) 등으로 나누어 다양한 커리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 여성인력개발센터 (www.vocation.or.kr)

방과후 어린이 리더십 강사, 웃음치료사, 바리스타 등 취업, 취미, 자격증 준비를 위한 다양한 강의를 지역센터에서 운영한다. 대부분 오프라인 강의다.

- 서울시설공단 사이버어학센터 (www.sisul.or.kr)

영어, 중국어, 일본어 3개국어 총 171개 강좌가 진행되며, 자격시험(토익, 토플, OPIc, JPT, HSK)을 비롯해 일반회화, 비즈니스 영어, 어린이 영어, 초등 영어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한달에 2개 강좌 무료.

- 한국산업인력공단 학습미디어센터(www.hrdm.or.kr)

전문사무(실무회계, 고객만족마케팅, 디지털마케팅 실무)와 산업기술(생산자동화, 캐릭터디자인, 디지털신호제어)와 관련한 강의를 진행한다.

- 사이버문화콘텐츠아카데미(contents.connect.or.kr)

문화 콘텐츠 산업과 관련해 영화감독 워크숍, 문화 콘텐츠 프로듀싱, 문화 콘텐츠 법률, 콘텐츠 유통배급론, 콘텐츠 연출론, 시나리오작법, 모바일 콘텐츠 전략, 미디어와 뮤직 비즈니스 등을 교육한다.

- 서울시 시민인터넷교실 (cyberedu.seoul.go.kr/livecourse)

한글, 엑셀, 포토샵, 자격증 과정(네트워크 관리사, 전자상거래 관리사, 인터넷정보검색사, 컴퓨터활용능력, 워드프로세서, 정보처리기사)등 IT관련 교육을 제공한다.

- 광고정보센터아카데미 (www.adic.co.kr/academy)

광고·홍보·마케팅에 관한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강사진으로 구성돼 있으며, 강의에서 제시되는 과제와 시험을 통과하면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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