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눈’으로 여성사 다시읽기
‘종교의 눈’으로 여성사 다시읽기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4.26 02:14
  • 수정 2008-04-26 0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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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삼국유사’부터 현대 ‘강남형 대형교회’까지
26일 이화여대서 ‘여성주의 인문학 연합학술대회’
‘종교의 눈’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여성사학회와 한국여성문학학회, 한국여성철학회, 한국여성신학회는 4월26일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종교와 여성’을 주제로 ‘제2회 여성주의 인문학 연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종교인의 70% 이상이 여성임을 고려할 때 종교 속 여성 연구는 한국여성사에서도 유의미한 작업으로 읽힌다.

최정선 연세대 외래교수 ‘삼국유사’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많은 여성주의 연구가들이 삼국유사에 대해 “여성의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기록”이라고 비판했다면, 최 교수는 “숭고한 희생과 자비심을 강화해 여성적 덕목을 긍정했고, 노비와 과부까지 위대한 모성과 불성의 소유자로 격상시켜 여성의 역할 범위를 확장했다”며 시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김귀득 영산대 교수(동양철학)는 “주역에 덧씌워진 ‘성차별적 학문’이라는 꼬리표를 버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문헌상으로는 남녀·양음의 차별이 없는데도, 오랜 기간 남성의 시각으로 해석된 탓에 양(남성)을 높이고 음(여성)을 낮추는 해석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테면 조선시대에는 여성에게 자기 감정을 다 표현하는 ‘상관’이나 끊임없이 호기심을 풀어가려는 ‘식신’의 성향이 있는 경우 ‘기녀’가 될 팔자라고 해석했지만, 현대에는 연예인이나 학자로 풀이하는 식이다. 심 교수는 “모든 동양학이 그렇듯 주역도 해석자의 관점에 따라 풀이내용이 180도 달라진다”며 “여성 해석자가 많아질수록 성차별적 사주풀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의 ‘강남형’ 대형교회 여신도들의 신앙양태를 고찰한 논문도 눈에 띈다. 

구미정 숭실대 겸임교수(기독교윤리학·여성목회연구소 연구실장)는 강남형 대형교회에 대해 “자신을 일종의 ‘종교 브랜드 상품’으로 치환시켜 ‘예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 여성들에게 “강남형 대형교회에 다니는 당신은 다른 여신도와 구별되는 엘리트 종교 주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재테크 전략을 가르치는 예비부부 학교나 자녀 입시지도 교육을 제공하는 어머니 모임, 영어 성경공부 등 대형교회가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들 역시 교인들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를 파악해 자발적 참여를 북돋우는 장치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시대에 “복음은 성공이고, 축복은 자본”이라는 메시지를 반복 주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 교수는 “교회가 토대로 삼을 패러다임은 ‘성장과 성공’이 아니라 ‘작음과 낮아짐, 나눔과 섬김, 보살핌과 살림’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날 연합학술대회에서는 최혜영 전남대 교수(사학과)의 ‘그리스 사회에서 종교의 기능: 여신과 여성’, 김판임 세종대 교수(교양학부)의 ‘여성주의적 성서 해석 방법론’, 김윤선 고려대 강사의 ‘한국 근대 기독교와 여성적 글쓰기-나혜석을 중심으로’, 김성은 이화여대 강사의 ‘1930년대 기독교 (지식)여성의 여성문제 인식과 해결방안’ 등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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