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 장애는 내적 장애를 부르기도
악순환, 선순환으로 바꾸는 리더십 필요

영화 ‘말아톤’은 형진이가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형진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는 형진이가 외치는 일종의 주문이다.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에 형진이는 이 주문을 외우고 또 외운다.

올가미에 걸린 줄도 모르고 힘이 다할 때까지 오직 앞으로만 전진하다 생을 다하는 멧돼지처럼 형진이의 생각은 오로지 백만불짜리 다리에 머물러 있다.

형진이는 이 멈춰진 생각만 움켜잡고 일반인도 힘든 마라톤을 완주해낸다. 그는 아마 마라톤 도중 힘든 순간마다 이 주문을 외우고 또 외웠으리라. 형진이의 이런 감동 스토리 뒤에는 형진이를 낳고 정성으로 뒷바라지하는 어머니가 있다. “형진이가 나보다 하루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라는 이야기 속에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담겨 있다.

지난주는 장애우 주간이었다. 교회에서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한데 어울려 빠른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한다. 장애우도 그렇지만 네비게이터(navigator)가 되어 장애우와 함께 율동을 만들어가는 비장애우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가야 할 길을 안내하고, 걸을 수 없는 사람의 다리가 되어주는 네비게이터들이 있어 힘이 난다. 형진이 어머니, 수영선수 김진호의 어머니, 골프선수 서이남을 키워낸 백성기 목사, 헬렌 켈러를 가르친 앤 설리번 선생님 등등….

이들은 외형적인 장애는 단지 불편할 뿐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장애에 굴복해 스스로 한계를 지우는 마음의 장애가 더 문제다. 마음의 내적 장애는 외형적인 장애보다 더 무섭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범죄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렇듯 장애가 또 다른 장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선순환으로 바꾸는 사람이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이다.

21세기는 이런 네비게이터들을 기대하고 있다. 장애를 딛고 행동하도록 하는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의 리더십이다. 주저앉고 싶고 드러눕고 싶은 장애인들을 일으켜내는 능력이다. 이 런 리더십이 절실하다. 인간 네비게이터, 21세기 리더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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