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특급호텔’ 작가 라본느 뮬러
연극 ‘특급호텔’ 작가 라본느 뮬러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4.25 17:03
  • 수정 2008-04-2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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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권리 찾기에 도움 되길”
한국인 연출가·배우와 공연 감격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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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머무를 때의 일이에요. 도쿄 시내에서 한 무리의 시위대를 보게 됐는데 ‘무슨 일이냐, 저들이 왜 저렇게 분노하고 있느냐’고 물어도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어요. 카페에서 만난 한 남자가 얘기하더군요. 전쟁 중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던 여성들이라고. ‘당시는 전쟁 중이었잖아요’라는 말과 함께요.”

이 작은 경험이 미국의 여성작가 라본느 뮬러(62)의 가슴 속에 분노를 심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위안부에 대한 자료를 닥치는 대로 찾기 시작했다.

한인 커뮤니티와 접촉을 하며 위안부를 친척으로 둔 한국인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수집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2년간의 긴 노력 끝에 희곡 ‘특급호텔’이 탄생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특급호텔’이 4월30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18일 한국을 방문한 작가 라본느 뮬러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가 직접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고, 23일 열린 ‘수요집회’에도 참석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연극화’라는 주제의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특급호텔’은 11세에서 25세에 이르는 4명의 일본군 위안부 여성이 들려주는 고통스러운 체험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들이 토해내는 이야기들은 참혹하지만 일반적인 드라마 구성이 아닌, 시적 언어를 대사로 사용해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는 “정말로 끔찍했던 상황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보다 거리를 두고 시적 언어를 사용했을 때 오히려 더 공포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급호텔’은 미국에서 워크숍 형태로 두차례 시험공연을 가졌다. 당시 관객들은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이 작품을 보고 이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학생도 있었다.

2001년 보스턴 시어터 워크 축제에서 ‘반전연극상’과 아칸소대학 주최 ‘국제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반응은 좋았지만 제작자들이 정식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번 공연이 사실상의 세계 초연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연출가와 배우들에 의해 공연되는 걸 보니 너무 기뻤습니다. 제가 쓴 작품이 한국에서 숨을 쉬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급호텔’(Hotel Splendid)이란 제목은 당시 일본군 위안부 막사를 칭하던 용어에서 유래됐다. 이 사실을 알고서 그 아이러니함에 놀라 제목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이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안네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 그 어떤 뉴스나 보도자료보다 유태인 학살의 참혹함을 관객들에게 깊이 전달했다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반전작품은 대부분 남성에 대한 것이었던 데 비해 일본군 위안부는 여성들의 이야기이고 성적인 부분에 관한 것이라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고 봅니다.

철학자 산티아나가 말했듯이 역사는 그것을 잊어버린 사람에게는 반드시 되풀이됩니다. 이 작품으로 일본군 위안부들이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적절한 권리를 찾는 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그이기에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을 때는 자신의 일처럼 기뻤고 자랑스러웠다고 회고했다.

네덜란드, 캐나다, 필리핀 등 각국에서도 잇달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소식 또한 반가운 일. 해외를 다니며 만나는 사람에게 꼭 일본군 위안부 얘기를 한다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더라”고 말했다.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들이 연극 전단지를 끌어안으며 ‘고맙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와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앞으로 10~15년이면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고 말텐데 그 전에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일이 ‘특급호텔’의 일본 공연이다. 실제로 만난 일본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고, 성사 가능성도 높다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꼭 이뤄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라본느 뮬러는 앞으로 이화여대, 서울여대, 전남대 등에서 강연을 한 뒤 5월6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극단 초인이 무대에 올리는 연극 ‘특급호텔’은 ‘2008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의 하나로 5월5일까지 공연된다.

공연의 R석 수익금의 50%는 나눔의 집에 기부되며, 극장 로비에서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도 진행된다. 문의 (02)929-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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