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
  • 박정원 /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4.25 16:57
  • 수정 2008-04-25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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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결혼 통해 실제 결혼 비춰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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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가 인기다. 첫 만남이라 서로가 어색한 ‘신애-알렉스’, 원래 상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애교만점 ‘솔비-앤디’, 전통적 한국 남성 모습의 정형돈과 말도 잘 안통하는 일본여성 사오리, 자기 주장이 강한 서인영과 LA에서 온 크라운J. 이 4쌍의 커플이 가상의 부부가 되어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신혼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시청자들은 설정된 역할이 마치 출연자들의 실제 모습인 양 뜨겁게 반응한다.

아내에게 배려가 없는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징징대기만 하는 정형돈-사오리에게는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짜증 나서 TV를 돌리고 싶다”는 불만이, 신상품 좋아하고 자기중심적인 서인영에게는 “비호감”이라는 성토가 시청자 게시판에 쏟아진다. 물론 귀엽고 사랑스런 역을 맡은 두 커플은 인기상승 중이다.

보이기 위한 것은 리얼리티가 아니다. 특히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연예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 시청자에게 이런 혼돈이 생기는 것은 출연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낸 때문이기도 하지만 “리얼리티를 표방해 매회 미션을 주는 것 외에는 별도의 연출이나 대본이 없다”는 제작진의 입장, 또 역할을 맡으면서 느꼈던 출연자들의 감정을 인터뷰로 끼워 넣은 ‘진짜 같은’ 연출 탓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런 혼돈으로 몇몇 출연자는 자신이 맡은 악역을 실제 자신으로 오해 받아 안티 시청자의 부상에 부담을 느껴야 할 정도가 되고 있는 현상이 재미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할 점은 시청자의 이중성이다. 조금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정형돈-사오리 커플은 우리 사회가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부장적 부부상의 끝자락을 보여준다. 또 반대로 서인영-크라운J 커플은 여성의 위상이 높아진 신세대 부부상의 트렌드를 읽게 한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 자신의 투영이기도 한 이 두 커플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당연히 ‘공감’일 것 같지만, 의외로 “보고 싶지 않다”이다. 반면, 자신을 감추고 오직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사랑스런 이벤트, 영화 같은 일상뿐인 신애-알렉스, 솔비-앤디 커플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시청자들은 ‘현실’을 불편해하고 갈등 없는 ‘이상’에 편안함을 보였다. 업무상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일요일은 내내 집에서 쉬고 싶은 정형돈을 싫어한다. 시청자들은 휴식이 필요한 남편을 원치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사를 돌보지 않고 남편을 존중하지 않는 서인영도 거슬린다. 시청자들이 “하차하지 않게 해달라”는 아름다운 커플의 모습은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알아서 여성은 가사를 맡고 남성은 곁에서 도와주면서, 서로 부딪히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인 듯하다.

갈등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런 거부반응은 ‘갈등이 곧 누군가의 잘못 때문에 생긴 것’으로 그려진 ‘설정’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마치 정형돈이나 사오리, 서인영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세상에서 갈등 없는 결혼생활이 가능할까. 네 커플 모두를 통해 갈등을 현실감 있게 드러내고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다면, 재미로 보는 오락프로그램에 대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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