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서비스의 질을 판단하는 잣대
팁! 서비스의 질을 판단하는 잣대
  • 한경미 / 번역가, 자유기고가, 통신원
  • 승인 2008.04.25 16:37
  • 수정 2008-04-2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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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 빠른 서비스를 위한 보상으로 생겨나
미국·영국 등 의무화…프랑스와 북구유럽은 불필요

 

파리의 한 카페. 커피 값에 팁까지 놓여 있는 테이블.
파리의 한 카페. 커피 값에 팁까지 놓여 있는 테이블.
프랑스의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고 계산서를 받을 때마다 작은 갈등이 일어난다. 팁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로 인한 것인데, 이미 비싼 가격을 내고 음식을 먹었는데 거기에 팁까지 얹어준다는 것은 확실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적으로 팁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다. 음식이 아주 맛있고 서비스의 질이 월등히 높아 고객으로서 만족할 만한 대접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주저 없이 기쁜 마음으로 팁을 내놓는다. 그런데 상황이 좀더 복잡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은 맛있었는데 서비스의 질이 별로일 때다. 그럴 때 팁을 놓고 가야 할지 아닐지 갈등을 하게 되는데, 원칙적으로 팁이 서빙하는 종업원에게 주는 것임을 생각하면 안주어도 좋다는 원리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식당에 가는 첫번째 목적이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그 목적이 달성됐다는 점에서 팁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갈등의 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팁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음식도 맛있고 서비스도 좋은데 음식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쌀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 결국 팁을 주는 여부는 서비스의 질뿐만 아니라 음식의 질과 가격 대비와도 상관될 수 있다. 이렇게 팁 하나 주는 문제도 간단한 게 아닌 것이 이 모든 기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경험이 녹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카페에서의 팁은 이런 면에서 훨씬 간단하다. 커피의 질과 맛이 일반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없으므로 서비스의 질로 팁의 여부를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팁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은 영국에서였다. 18세기 영국의 한 카페 주인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시간이 없어서 빠른 서빙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카운터 옆에 단지 하나를 얹어 두었는데 여기에 몇 푼의 잔돈을 넣는 손님들은 다른 손님들보다 더 빠른 서비스를 받게 해주었다. 단지 그릇에 적혀 있었던 ‘To Insure Promptness(신속 보장)’라는 글귀의 첫 글자에서 오늘날의 팁이라는 단어가 형성된 것이다.

프랑스에 팁이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19세기였다. 불어로 팁을 ‘pourboire’(푸부와르)라고 하는데, 이것은 ‘마시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이 고맙다는 의사로 서비스하는 종업원에게 잔돈을 얹어주는 것인데, 그 돈으로 한잔 사서 마시라는 뜻으로 푸부와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독일과 포르투갈에서도 같은 의미의 자국어 말이 팁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고, 러시아에서는 ‘차를 마시는 돈’이라는 의미를 갖는 용어가 팁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한다.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시작되었던 팁은 이후 용도가 확대되어 이제는 연극장이나 미용실, 택시운전사, 호텔 요원, 배달원, 가이드, 이삿짐센터, 짐 날라주는 사람 등 자기에게 서비스를 베푸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용도로 확장됐다.

팁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과 영국, 아일랜드 등 앵글로 색슨 나라에서는 팁을 주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부족한 식당 종업원들의 월급을 고객들로 하여금 충당하게 하자는 취지로 팁의 이용가치가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식당 가격의 10~15%에 해당하는 금액을 팁으로 주도록 되어 있는데, 결국 식당 주인의 몫을 고객들이 대신 내는 셈이다. 그러나 팁의 의무화는 식당에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바에서 직접 음료수를 마시는 경우에는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앵글로 색슨 나라와는 반대로 북구유럽에서는 팁 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덴마크에는 아예 팁이 존재하지 않고,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의 나라에서는 최고급 호텔이나 호화 식당에서만 팁을 주고 있을 뿐이다. 팁이 항상 모든 사람에게 환영 받았던 것은 아니다. 20세기 초에 프랑스의 일부 아나키스트 카페 종업원들은 팁을 거부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에도 마부와 카페 종업원 등이 팁을 거절했고, 거의 같은 시기에 스페인에서도 팁이 거부당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났다.  자신들이 충분한 사례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팁을 받는 것을 하나의 모욕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이다. 팁을 받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주는 사람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일본의 카페 종업원들도 팁을 받는 것을 하나의 모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에서는 팁을 줄 필요가 없다.

프랑스에 오는 한국 관광객들 중에서는 프랑스에서도 팁이 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카페나 식당에서 반드시 팁을 내놓는데(그것도 현지 사람에 비해 많은 금액을 내놓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파리에는 특히 외국인들이 몰리는 관광지역에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카페 종업원들이 널려 있는데, 이들에게까지 팁을 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월급이 워낙 약소해서 손님들이 주는 팁이 없이는 이들의 생계유지마저도 힘들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카페 종업원의 월급 일부를 고객에게 부담시키는 팁 문화는 사실 유쾌하지 않다. 의외로 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 관광객이 많은데, 원칙은 간단하다. 기분 좋게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팁을 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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