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갖춘 ‘여성의 힘’보이겠다

통합민주당의 서울 참패 속에서도 꿋꿋하게 4선 고지를 밟은 이미경 의원이 오는 6월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 가능성과 원내대표 도전 가능성이 동시에 점쳐지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의원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정책을 중심으로 18대 국회 의정활동에 대한 계획을 충실히 세워놓았지만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해 나갈지는 고심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의원은 “당이 수도권에서 참패를 한 것은 정체성이나 정책이 부동층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한 때문”이라며 총선 결과에 대한 심도있는 평가와 당 재건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만을 피력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통합민주당이 집권여당과 선을 분명히 긋는 강한 야당으로 방향을 정할 경우 이 의원이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여성 최다선인 4선 의원일 뿐 아니라 17대에서 당내 사립학교법·이라크 파병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대립각이 분명했던 사안을 책임지는 선봉대장 역할을 맡았던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던 지난해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분양원가 공개 등 안정대책을 내놓는 등 추진력과 개혁성을 보여줬다.

김영선 의원은 이번 총선의 결과를 “언제나 끝없는 배움과 도전이라는 신념으로 지내온 시간들에 대한 결과”라고 평했다. 4선의원이 된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현역 최장수 위원 및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거치면서 당내에서 국정전문가, 의정의 중진으로 평가받았고, 헌정사상 최초의 40대 여성 당대표최고위원을 역임했다.

김 의원은 중진의원에게 요구되는 무게감을 확연히 느끼는 듯했다. 그는 “처음 국회에 들어왔을 때나 4선의원으로 당선이 확정된 지금이나 그 마음만큼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4선의 고지에 오른 지금 이 시점에 초선의원 시절과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게감’일 텐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그동안의 오랜 국정경험과 추진력을 발휘해 끊임없이 정진한다면 중진의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특히 “4선 국회의원으로서 한국 사회를 거시적으로 조망하고 고도의 생산시스템, 고급금융시스템, 일자리지원시스템, 산업시스템 등 전국적인 정치·경제·사회적 사안에 대한 통섭을 통해 국가 비전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겠다. 여러분이 내신 세금이 아깝지 않도록 신명을 바쳐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50%가 넘는 득표율로 3선 고지에 오른 조배숙 의원은 전북 유일의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잘 지켜냈다.

조 의원은 이처럼 지역구민들이 끊이지 않는 지지와 신뢰를 보내주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성실한 지역구 활동’을 꼽았다. 

조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으로서 그동안 지역예산을 2배 이상 증가시켰고 미륵사 복원사업, 교육환경 개선사업,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주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17대 국회에서 뿌린 씨앗을 18대에 더 큰 결실로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익산 시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 전국여성위원장, 문광위원장, 중앙위원 등 당의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도 지역 발전을 위해 성실하게 일해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조 의원은 또 “지자체는 물론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강한 야당이 필요한데, 이런 때일수록 경륜 있고 역량 있는 의원들이 더 많이 국회로 진출해 강한 야당을 만들라는 뜻도 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4년여 전 기울어가던 민주당을 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했던 추미애 전 의원이 돌아왔다.

3선 중진의원이 된 그는 이제 당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6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추다르크’라는 별칭이 상징하듯 선명성이 강해 야당 대표의 이미지와 맞는 데다, 동교동계와 인연이 깊으며 영남 출신이라는 점도 당의 외연확대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추 전 의원은 “민심은 야당다운 야당을 원한다. 지금 내가 당권후보가 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우선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당이 화합하고 노선과 정책에서 한나라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이 화학적 성분이 다소 다르더라도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신뢰를 얻고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은 관망한 뒤 당권 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선거운동 첫날 급성맹장염 수술을 받은 뒤 붕대를 감고 유세를 지속하다 수술부위가 터져 모두 세번의 수술을 받은 박순자 의원. 그의 ‘붕대투혼’은 선거 기간 내내 화제였다.

박 의원은 “선거 직전까지 계속된 의정활동과 대통령 선거 등으로 인한 피로누적 때문인지 선거운동 첫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급성맹장염에 걸려 응급수술을 받았다”면서 “복막염까지 겹쳐 일주일 이상 회복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의사의 충고였지만 선거운동 기간이 13일밖에 되지 않아 마냥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붕대를 감은 그를 사흘 만에 현장으로 나오게 한 원동력은 물론 안산시민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박 의원은 “유권자 여러분께 안산 경제발전의 비전을 한번이라도 더 말씀드리기 위해 붕대를 감고, 수술부위를 손으로 눌러가며 병원에서 잠깐 외출 형식으로 나와 선거유세를 했다”며 “그러나 더 많은 유권자 여러분들을 만나 뵙고 인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러울 뿐이었다. 그런 저에게 오히려 손을 꼭 잡고, 등을 토닥여주시며 걱정과 사랑을 보내주신 유권자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 내 17대 비례대표 여성의원 중 살아남은 유일한 여성의원, ‘재경·정무위 여성 3총사’ 중 유일하게 당선된 박영선 의원은 이제 ‘지역구 대변인’으로 비상할 준비에 한창이다.

박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 중 무엇보다 구로주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구로의 진정한 대변자가 되어 구로의 가치를 2배로 올리기 위해, 구로에 사는 것이 대한민국 최고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17대에는 삼성의 불법적 승계문제 및 기업내 불법 순환구조에 대해 성역 없는 문제제기로 삼성특검을 이끌어내는 데 큰 기여를 하면서 여성정치인의 정책 전문성을 보여주는 일부터 ‘국회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없애는 등 ‘생활개혁’까지 포괄적인 일들을 실천했다면, 이제는 자신을 지지해준 지역구민들을 위한 ‘지역구 의원’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역에만 묻혀 있을 수는 없다. 박 의원은 “경제정의, 경제 양극화 해소 및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따뜻한 경제정책 마련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대다수 여성정치인이 남성에 의한 간택 또는 할당제 등 ‘남성의 배려’로 국회에 입성했다면, 이번 18대 총선에선 ‘비례대표로 입문해 지역구에 도전’하는 것이 일종의 여성정치 공식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 공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진수희 의원은 이제 ‘지역문제의 해결과 중앙정치의 조화’를 꿈꾸고 있다.

진 의원은 “이제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정치인으로서의 체질개선을 통해 끊임없이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함으로써 여론을 수렴하는 생활정치를 하고자 한다”며 “지역기반이 없었던 지난 4년간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스스로의 정치적 소신과 정책전문성을 기반으로 이끌어왔던 의정경험을 값진 경험삼아 18대 재선의원으로서 산적한 지역문제의 해결과 중앙정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진 의원은 특히 ‘생활 정치인’의 모습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 유치를 통해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데 의정활동의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주민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생활정치인’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첫 금배지를 단 박영아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