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 나! 돌아보게 하거나 새모습 보여야 진짜 ‘여성영화’

 

“여성영화는 단순히 여성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를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성관객들에게 말을 걸거나 여성으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여성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벨기에 중산층 중년주부의 일상을 그린 샹칼 아커만의 영화 ‘잔느딜망(1975)’이 그 예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이런 영화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미래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습니다.”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세계적인 영화이론가이자 대표적인 여성영화 기획의 주창자인 테레사 드 로레티스에게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그의 방한이 처음일 뿐만 아니라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도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퇴임함에 따라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극히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테레사 드 로레티스가 말하는 영화이론의 실천적 삶’이라는 주제로 신촌 아트레온극장에서 열린 그의 특강은 자리가 없어 서서 듣는 청중들이 많았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로레티스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여성주의와 영화학의 결합 형태인 ‘시네페미니즘’의 실천이 대학원생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페미니스트 영화작업은 인문·예술대학원 커리큘럼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 의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시네페미니즘을 덜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연구와 글쓰기에 있어서는 더 창조적인 영역으로 만들고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는 시네페미니즘의 주체인 젊은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란 단어를 거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성영화가 유효성을 가지려면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영화가 기획돼야 하기 때문에 그런 영화문화를 위해서라면 잠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내려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라 ‘근대언어와 문학’을 공부한 로레티스 교수는 미국에서 비교문학, 여성학, 영화학 등을 강의해왔다. 대표적인 여성주의 영화학자로 손꼽히는 그는 1980~90년대 시네페미니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론가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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