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성폭력 묘사 문제있다
방송 성폭력 묘사 문제있다
  • 윤정주 /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 승인 2008.04.18 17:19
  • 수정 2008-04-18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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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심각한 ‘폭력’낭만적 재현은 금물
개인문제 치부 말고 사회 경각심 일으켜야

 

케이블 채널 CGV의 드라마 ‘섹시몽’ 중.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prescription drug discount cards cialis prescription coupon cialis trial coupon
케이블 채널 CGV의 드라마 ‘섹시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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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무마되는 데이트 성폭력

21세의 사회 초년생 여자가 있었다.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자신의 오해로 한 남자를 성추행범으로 몰게 된 사건을 계기로 사귀게 된 두 사람.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함께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과정이다.

남자와 여자는 혼자 살고 있는 이 여자의 집 앞에서 우연찮게 함께 물벼락을 맞게 되어 자연스럽게 빈 집에 둘만 있는 상황이 된다.

옷을 벗은 남자와 마주앉아 있는 여자는 너무 어색해 어쩔 줄 모르고, 남자는 이런 여자를 유심히 바라본다. 그리고 여자에게 따지지 말고 가까이 와서 앉으라고 명령한다.

또 좀 떨어져 앉으라는 여자의 말에 자기도 그러고 싶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여자의 얼굴을 움켜잡고 억지로 키스를 한다.(이때 키스를 당하는 여자의 찡그린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둘은 옷을 벗은 채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이 나타난다. 이 드라마는 지난주에 시작한 SBS의 ‘사랑해’다.

이런 기습 키스는 트렌디 드라마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다. 남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힘으로 밀어붙여 강제로 키스를 하고, 여자는 변변히 저항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당한다. 드라마에서 이런 남성성을 과시하는 폭력적인 키스, 포옹 등의 장면은 명백히 ‘성폭력’임에도 불구하고 ‘낭만적’으로 ‘미화’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무마’된다.

성폭력이 적극적인 구애행위?

또 다른 드라마 ‘색시몽’을 보자. 이 드라마는 지난해 10월 케이블 채널인 CGV에서 방송돼 케이블 채널로서는 드물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즌2의 방영을 앞두고 있다. ‘색시몽’은 매력적인 여성 3명이 ‘모자이크 탐정단’을 만들어 성폭력범을 잡는다는 줄거리를 가진 4부작 드라마다.

얼핏 보면 통쾌할 것 같은 내용의 이 드라마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성폭력범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이다.

내용인 즉 이렇다. 모자이크 탐정단이 성폭력범을 잡아 경찰에 넘겼더니 이 경찰관(주인공의 남자친구)은 넘겨받은 성폭력범을 경찰서가 아닌 포장마차에 데리고 가 술을 사주면서 범행동기를 묻는다.

범죄자를 경찰서에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마차에서 함께 술을 마시면서 하는 것 자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지만,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자. 문제의 본질은 조사실이 아니니까.

문제는 성폭력범이 자신이 폭력을 행사한 여성을 사랑해서, 그 여자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그랬다고 고백하자 이를 이해(?)하고 심지어 동정까지 해서 이 폭력범을 풀어준 경찰관의 태도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을 힘으로라도 제압해서 사랑을 쟁취하려는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발상이다. 또한 이를 같은 남자 입장에서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하며 심지어 동정까지 해 범죄자를 그대로 풀어준 것은 성폭력을 마치 사랑의 적극적인 구애행위로 ‘미화’시키는 극단적인 예이다.

성범죄에 오류 범하는 뉴스 보도

‘미화’는 아니지만 뉴스의 성폭력 사건 보도 또한 본질에서 벗어나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우리를 경악케 만든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사건’에 대한 보도가 바로 대표적이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는 이혜진양의 시신이 발견된 3월13일부터 매일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뉴스의 역할이 무엇인가?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뉴스는 사건의 사실을 정확히 알려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보도와 이러한 대책들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후속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이러한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 채 연일 어디서 누구의 사체가 발견되었는지를 중계방송하듯 내보내는가 하면, 마치 한편의 추리소설을 쓰듯 사건을 극적으로 재구성해 보도하는 데 열을 올렸다. 나아가 화면으로 사체의 일부를 보여주는가 하면, 사체가 발견된 장소에 어떤 부분이 묻혀 있었는지를 그래픽으로 그려 자세히 보여주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성급하고 과도한 추측으로 사건을 아예 ‘소아기호증 환자’의 도착적인 성범죄로 미리 규정지어버리는 듯한 오류도 범했다.

이는 ‘성범죄’는 주로 정신병자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범죄라는 인식을 언론이 강하게 가지고 있는 대목이다. 성폭력은 위의 드라마에서처럼 아주 가까운 연인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 사회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사회문제가 아닌 지극히 개인의 일로 치부해버리는 분위기가 있다. 방송이 ‘성폭력’을 심각한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고 ‘낭만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하면 너무 비약인가? 방송은 이를 곰곰이 생각하고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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