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것 같았던 꽃이 희망의 말과 정성으로 살아
관심과 인내의 결과 보여줘

내 연구실은 자스민 꽃 향기로 가득하다. 선배로부터 선물받은 꽃인데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스민과 함께 한 시간들이 스친다.

자스민을 처음 받고 열심히 키웠지만 점점 시들어갔다. 틈이 날 때마다 밖에 내놓아 좋은 공기와 햇볕을 쐬도록 해주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잎은 다 떨어졌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1년이 지났다.

그러던 중 연구실을 옮기게 되었다. 내버릴까 하다 가지만 앙상한 자스민이지만 가지고 갔다. 분갈이도 해주고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았다. 영양주사도 놓아주고 물도 규칙적으로 주며, “너는 분명히 아름다운 꽃을 다시 피우게 될 거야”라고 반복해 속삭여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연구실 문을 여는데 향긋한 냄새가 가득했다. 고개를 창가로 돌리니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죽은 것 같던 가지에서 보랏빛 꽃 한 송이가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저예요, 기다리던 제가 왔어요”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한편의 드라마였고 감동이었다.

이런 자스민의 이야기 속에는 오늘날 리더십의 도(道)가 감춰져 있다. 타인에 대한 기대와 인내다. 앙상한 가지에 죽은 것 같았던 자스민이지만 관심을 기울이고 기대를 하며 기다린 결과 찬란한 꽃을 피워낸 것이다.

우리의 성장과정도 늘 ‘맑음’일 수만은 없다. 지금은 존경받는 리더로, 잘 나가는 CEO로 우뚝서 있어 보이지만 이들의 과거에는 분명 어둠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생명을 다 상실한 죽은 나뭇가지와 같은 모습이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리더십은 이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고 기대를 가지라고 권한다. 관심을 갖고 반응해주고, 믿음 속에서 인내를 갖고 기다리라고 한다.

언젠가 따사로운 햇볕이 비추고 촉촉한 습기가 스며들 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꽃망울이 터져 나올 것이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속담은 이제 용도폐기되어야 한다. 떡잎은 볼품없어도 잘 돌보고 가꾸면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거목으로 자랄 수 있는 법이다. 그것이 100 중의 하나 꼴이어도 오늘날의 리더십은 그 일을 하기를 요구한다. 리더는 죽음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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