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 ‘사회통합이수제’ 재검토해야
결혼이민자 ‘사회통합이수제’ 재검토해야
  • 허영숙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조직팀장
  • 승인 2008.04.18 17:05
  • 수정 2008-04-18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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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시간 교육 과중에 내용도 성인지적 관점 결여


법무부는 오는 2009년 1월부터 결혼이주자의 국적 취득 요건으로 한국어 필기시험 통과 또는 사회통합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민자 및 그 가족이 안정적으로 우리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고, 결혼이주자들의 국적 취득 소요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주여성 인권단체들은 5가지 이유를 들어 이수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우선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법무부의 인식 배경에 대한 문제다.

법무부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의 도입 배경으로 이주자 및 결혼이민자에게 사회부적응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어 능력 부족과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책임에 관한 문제인식 없이 단순히 이주여성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한글 교육과 우리 사회 이해라는 교육만으로 사회통합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제를 국적 취득과 연동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최소 220시간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정책은 가사노동, 부모 봉양, 육아, 경제적 기여를 위한 노동 등 다중의 부담을 가지는 이주여성의 현실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국적 취득 및 체류 연장에 남편의 협력이 필수적인 지금의 국적 체계가 남편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였고, 이는 결국 이주여성을 가정폭력 등에 취약하도록 내모는 주요 원인이 되어왔다.

그러함에도 사회통합교육을 국적 취득 조건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기존의 불평등한 위계구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이는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 및 인권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사회통합프로그램의 내용은 성인지적 관점이 결여된 동화주의에 근간한 한국민 되기의 강요이다.

진정한 사회통합을 목표로 한다면 넓게는 한국인 역시 그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이주여성에게만 강요하는 교육이 아니라 충분한 성인지적 관점과 상호 문화 존중의 내용이 포함된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육이 남편과 그 가족 구성원에게까지 이루어질 때 이 프로그램은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시행하기에 충분한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법무부는 훈령을 통해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에 대한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단체에 그 운영을 맡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적 인프라를 갖출 시간도, 준비도 없이 2009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하는 성급한 행정 진행은 차후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한국인들의 국제결혼 인식전환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과제가 제도 시행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국제결혼에서 생기는 문제는 일차적으로 여성을 상품으로 보는 한국 남성의 잘못된 국제결혼관과 이에 결탁한 국제결혼정보회사의 사기혼, 매매혼적 결혼 알선이다. 2차적으로는 가부장적 한국 가족문화와 인종차별적 국민 의식이다.

따라서 국제결혼 가정에서 생기는 폭력과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가족들의 국제결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전환을 위한 사전교육이 오히려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회통합교육을 통해 여성들에게만 과중한 책임을 안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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