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운동의 대모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진해)
  • 승인 2008.04.11 14:45
  • 수정 2008-04-1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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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은 사랑의 능력을 키우는 것"
차별·편견 마음의 벽 깨고 사람들과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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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채혜원 기자
11년 전 경남 진해로 낙향해 연구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 이효재(84) 이화여대 명예교수. 지난 6일 40여명의 여성후배들이 그를 만나러 진해로 찾아갔다. 문화미래 이프가 ‘안티페스티벌’ 10주년을 맞이해 특별강연회 ‘나를 이어 살아갈 이 땅의 딸들에게’에서 그는 나이를 잊은 듯 열띤 강연을 펼쳤다.

“사랑해요!”

그는 서울에서 찾아온 후배들에게 막걸리를 내놓으며 ‘사랑한다’는 말로 건배 제의를 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말과 함께.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사랑’에 대해 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질임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진해에서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소장과 진해 기적의 도서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왜 진작 인간 사랑에 대해 배우지 못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사회를 이룩하는 것이 인간 본질과 맞닿는 일이란 뜻이다. 

그가 전하는 사랑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마음의 벽을 깨뜨리고 모든 차별과 편견에 대항해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약자들이 힘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고 연대를 넓혀가는 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일 등이 그가 제시한 실례다.  

그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공부를 마치고 교수를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교수 일보다 기적의 도서관을 운영하며 풀뿌리 민주주의와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일을 먼저 시작했다면, 세상이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 그는 왕성하게 연구·집필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부친이 1945년에 건립한 경신사회복지연구소에서 ‘한국의 사회학사’를 집필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오전 내내 이어지는 이 작업은 그동안 모아놓은 강의노트와 사회운동 자료, 사진, 문건들을 정리하는 ‘이효재의 사회학사’나 다름없다. 앞서 2004년에는 조선시대 가부장제를 연구한 결과물인 ‘조선조 사회와 가족’을 책으로 펴냈고, 2006년에는 평전 ‘아버지 이약신 목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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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채혜원 기자
오후 일정은 주로 운동과 독서로 보낸다. 도서관 직원들이 “하루에 평균 3~4시간 책을 읽으시고, 가끔은 도서관에 있는 책을 잔뜩 가져가 새벽까지 읽으신다”고 귀띔할 정도다.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여성학과 가족사회학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업적을 쌓은 한편,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진보 여성단체들을 주도적으로 결성해온 이효재 선생. 그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수많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를 즐겨라”고 조언했다.

“제가 활동했던 때와는 세월이 정말 너무나 달라졌죠. 이제는 모든 것이 개인 하기 나름입니다. 각종 행사, 강연회 등 여성들이 직접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다양한 만큼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충분히 즐기세요. 여전히 미진한 것이 많지만 우리 스스로가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희망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11년 전 “어느 순간 내가 한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내 자신이 중요한 자리를 맡거나 선두에 나서기에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해로 떠났던 이효재 선생. 그는 여전히 “지금도 생산보다는 소비를 하면서 오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회에 점점 죄인이라는 생각뿐”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는 40여명의 여성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희망을 일깨워준 우리들의 변함없는 ‘대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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