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어른 위한 ‘평등 지침서’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눈으로 본 한국
한국에서 나고 자란 샨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영락없는 초등학생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체류자’의 딸일 뿐이다.
공선옥 작가가 펴낸 두번째 창작동화 ‘울지마, 샨타!’는 남양주 가구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지난 200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쓴 첫 동화책 ‘상수리나무집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소재는 무겁고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필담은 책을 읽는 내내 다른 이의 슬픔과 고통과 힘겨움을 끌어안는 ‘용기’를 품게 한다.
그럴 때마다 샨타는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울지마, 샨타!” 그리고 다짐한다.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글로 쓰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샨타는 일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한 중국인 취왕과 남편의 폭력을 못이기고 도망쳤다가 쫓아온 시부모에게 ‘몸값’ 대신 100만원을 내놓아야 했던 베트남인 띠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미혼모가 된 방글라데시인 리빠 등 주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하나하나 귀 기울인다.
“아빠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외국인 노동자가 싫었지만, 다시 외국인 노동자가 그립다고요. 아빠는 향수병에 걸렸다고 말했어요. 저는 아빠의 말뜻을 금방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한국은 우리나라가 아니지만 나는 한국이 그리워요. 난 남양주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남양주 사람들 중에도 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샨타의 물음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어린이들을 위해 쓰인 동화책이지만,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알게 모르게 차별해온 ‘철없는’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평등 지침서’다. 김정혜 그림/ 주니어랜덤/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