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모델에서 ‘스타 퍼스트레이디’로 급선회
콜롬비아 반군에 피랍된 베탕쿠르 석방운동도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칼라 브루니에 대해 논평하면서, 대중매체에 익숙한 그녀가 영부인으로서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 엘리제궁에 들어간 후 변화된 모습, 특히 영국 방문 후 달라진 이미지와 그에 대한 호응 등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대통령 부인이 해야 할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주 언급해왔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 이혼한 전 부인 세실리아가 외교에 필요한 외국어(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해 국가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했었다.
이제 새로 영부인이 된 칼라 브루니가 그의 새로운 자부심의 대상이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영부인에 대한 평가는 칼라 브루니가 5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비롯해 이번 영국 방문 때 프랑스를 대표하는 퍼스트 레이디로서 보여준 외교적 역량 때문에 한층 높아졌다는 게 중평이다.
대통령 자신의 영부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이제는 영국 방문으로 인기가 치솟은 칼라 브루니 덕분에 대통령 자신의 인기도 높아가고 있는 것이 언론을 통해 입증될 정도다.
사르코지와 칼라 브루니의 혼전관계에 대해 한 사회학자는 많은 역대 대통령들이 내연관계를 갖고 있었어도 이를 드러내지 않았던 반면, 사르코지는 자신의 이혼 후 애인인 칼라 브부니와의 관계를 일부러 언론에 드러냄으로써 남성 지배권력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즉, 프랑스 사회는 아직도 남녀차별과 남성 지배구조가 강한 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칼라 브루니가 결혼 후 보여준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성공적인 행보는 결혼 전 스타 패션모델로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던 그녀에 대해 우려했던 국민들의 시선을 빠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놓고 있다.
칼라 브루니 사르코지는 남편의 오랜 정치적 동반자로 장관 임명에까지 관여했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부인 베르나데트 시라크(Bernadette Chirac)가 수행했던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큰 역할을 한 대통령의 전 부인 세실리아 사르코지의 스타일과도 상당히 다르다.
브루니는 자기 주장이 강한 남편인 대통령에게 남의 의견도 잘 듣게끔 조언을 한다. 엘리제궁 참모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영부인의 새로운 임무를 익히는 한편, 적극적인 남편의 권유에 힘입어 음반 준비 등 본업인 가수로서의 활동도 재개하면서 역대 퍼스트 레이디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특히 브루니가 방송매체의 메커니즘과 힘을 잘 알고 있어 기자들과의 관계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는 기자들 덕분에 사르코지와의 혼전관계에 대한 가십을 적절히 통제해 자신의 이미지를 철저하게 관리한 것도 그가 국민들의 호응을 얻은 비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높은 인기 비결은 국민들의 아픔과 관심을 함께 나눌 줄 아는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이미지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2002년 콜롬비아 대선에 출마했다가 무장 혁명군에게 피랍된 프랑스 여성 잉그리드 베탕쿠르(Ingrid Betancourt)의 석방을 위한 거리 시위에 수수한 모습으로 참석한 것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브루니가 패션계에서 익힌 이미지 관리 노하우를 이제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이미지 관리로 전환해 재키 케네디처럼 세계를 매혹시키는 능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