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맹수’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성맹수’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 이은경 / 여성신문 기자·20주년 기념사업본부장
  • 승인 2008.04.04 17:16
  • 수정 2008-04-04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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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행 재범률 50% 넘어
공소시효 폐지·엄중처벌 절실
“성폭행 충동은 개인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일종의 ‘중독’이어서 성범죄 재범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경찰과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결론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희생자를 택하는 데 무작위적이고, 폭력적·상습적이며,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자”를 ‘성맹수’(sexual predator)로 통칭해 사건 발생시 긴급 대처하고 있다.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사건, 경기도 남중학생 연쇄 성폭행사건 등 또다시 연이어 터지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폭행사건들은 한국에도 ‘성맹수’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것도 그 수가 상당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동 성폭행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국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 관계자와 관련 전문가들은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과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의 제도화, 성폭행범에 대한 무거운 형량과 지속적인 사후관리, 관련 범죄의 DB화, 성폭행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 혹은 배제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성폭행 범죄 신고는 24.4% 증가했으나, 아동 대상 성폭행은 80.2%로 급증하는 추세여서 관련 대책이 빠른 추세로 증가 중인 범죄발생률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법무부·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년 내 재범률의 경우, 전체 성폭행 범죄가 37%인 데 비해 아동 성폭행 범죄는 50%에 달하고 있어 아동 성폭행 폐해는 특히 심각하다.

안양 사건에서 용의자 정씨를 이틀간 10여시간 면담해 두 어린이를 성추행한 후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낸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 권일용 경위는 “이제까지의 사건들을 분석해보면 본질적으로 성폭행 범죄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멈출 수 없는 범죄라는 생각이 들고, 이런 면에서 공소시효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범죄자는 “밤 10시만 되면 찬물로 샤워하며 성폭행 충동을 억누르려 무진 애를 쓰지만 어느새 밖에 나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며 고통을 호소한다는 것.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에 ‘성폭력범죄 공소시효 연장·배제’를 골자로 헌법소원을 냈지만 아직까지 심리 중이다.

전문가들은 성폭행 범죄가 성적 만족감은 물론, ‘내가 내 마음대로 한 사람의 인생을 장악하고 통제한다’는 말할 수 없는 심리적 만족감을 가져다주기에 법적 제재 외에도 상담을 포함한 사회복지서비스까지 개입돼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현장 경찰관들은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미디어의 영향으로 성폭행 범죄들이 단순 강간을 넘어 허구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점차 위험해지고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반면 성폭행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이들에 대한 치유·교정 프로그램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긴밀한 협조체계 속에서 함께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 경위는 안양 사건의 정씨가 “동네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자였다”며 과거의 피해자가 미래의 가해자가 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가해자·피해자 치유 프로그램이 제도화돼 교도소·보호관찰소 등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에서 성범죄자에 대해 정신 치료와 재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공주치료감호소가 유일한데, 이곳의 수용 인원은 100여명 정도로 전체 성범죄자의 3%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성폭행 범죄자는 교도소 복역 기간 내내 약물치료를 포함해 정기적인 교정교육을 받으므로 이것이 재범률을 낮추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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