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이밍의 대가…‘처음처럼’ 등 히트제조기
디자이너와 병행… 상상력과 창의력 동반상승 느껴
그 주인공은 ‘브랜드 네이밍의 대가’로 불리는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 이 외에도 공전의 히트를 친 그의 브랜드들은 ‘식물나라’, ‘트롬’, ‘이브자리’, ‘위니아딤채’, ‘엑스캔버스’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히트 브랜드 제조기’라 불리는 그는 브랜드 네이밍에 있어서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브랜드 네이밍은 브랜드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지만, 그 기초는 디자인이다.
“브랜드의 성공 조건으로 브랜드 네임과 동시에 디자인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디자인의 연장선상에서 브랜딩을 하는 디자이너로서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끝없는 변화를 통한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브랜드 네임의 디자인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응용미술 전공자 출신으로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 졸업 후 14년 동안 월급쟁이 그래픽 디자이너 생활을 하던 중 1990년 대표의 부탁으로 덜컥 회사를 인수하면서 지금까지 브랜딩 컨설팅업체 ‘크로스포인트’를 이끌어오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 뉴욕지사도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가 생각하는 브랜드와 디자인의 관계는 무엇일까. 손 대표는 “디자인은 브랜드의 가장 충실한 내용”이라고 답한다. 그에게 있어 디자인 작업의 목표는 ‘설득’이고, 설득의 목표는 ‘매출’이다. 디자인 서비스는 기업의 목표에 좀더 효율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것이므로 기업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디자인’이라는 효율적인 방편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디자인과 브랜드가 예술이 아닌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디자인’의 힘이 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으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이후 브랜드 이미지 통합(BI)의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할 때 기업보다 매장에서 만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되었다. 또한 대형할인점의 등장은 모든 브랜드들이 한 장소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브랜드의 가치와 상품성은 더더욱 높아졌다. 이로 인해 손 대표가 소비자의 욕구와 시장의 판세를 읽어내 치밀한 전술을 짜내는 디자인과 브랜드는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최근에 탄생시킨 브랜드 ‘EYE2O(아이투오)’는 브랜드 인지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삼일제약의 무방부제 인공눈물 ‘EYE2O’는 ‘내 눈이 마시는 물’이라는 뜻으로 눈의 EYE와 물의 H2O를 결합한 결과물이다. 이미 저렴한 가격대의 인공눈물 시장이 갖춰진 상태에서 ‘EYE2O’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됐지만, 이미 인지도를 확보하고 상품 경쟁력을 획득한 셈이다.
“디자이너와 브랜드 네이미스트라는 두가지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저의 상상력과 창의력 또한 동반 상승함을 느낍니다. 전쟁이나 다름없는 일이지만 사실 제게는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나 다름없어요.”
대한민국 브랜드 공장이나 다름없는 그의 머릿속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채혜원 기자 nina@womennews.co.kr
[TIP] 인지도 첫손 브랜드 ‘숨은 이야기 있었네’
무방부제 인공눈물 ‘EYE2O(아이투오)’의 경우 ‘외부오염 방지’라는 기술적 특성을 반영하고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만들어졌다. 손 대표는 여기에 ‘눈이 마시는 물’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만들었다. 다른 인공눈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차별화된 네이밍과 디자인으로 인공눈물 브랜드 인지도 1위라는 영예 또한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