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필화 조직위원장·이혜경 집행위원장
[인터뷰] 장필화 조직위원장·이혜경 집행위원장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4.04 13:27
  • 수정 2008-04-04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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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돌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운동 견인차 역할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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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대학교 때 처음 뵈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멀리 있어도 가까이에 있는 것 같고 든든하죠. 같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의 신뢰감, 열심히 뒤쫓아가며 따라잡으려 하는 선배죠.”(이혜경)

“70년대 초반 대학을 갓 졸업하고 탈춤반을 이끌던 모습이 생각나요. 굉장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가진 사람, 그것이 큰 스케일로 발산되는 걸 보고 인상에 남았어요. 지금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창조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죠.”(장필화)

여성운동을 이끌었던 선배와 그의 뒤를 쫓아가던 후배는 이제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동지가 되었다. 한국 땅에서 여성학을 일으킨 장필화(57·사진  오른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와 여성문화운동을 이끌어온 이혜경(55)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학교 안과 현장에서 여성학을 실천했던 두 사람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제10회를 맞아 사단법인으로 개편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조직의 수장, 조직위원장 자리를 장필화 교수가 맡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을 영화제 준비에 한창인 지난 1일 영화제 사무국에서 만났다.

여성문화예술운동은 여성학 이론 뒷받침되어야

“제1회 영화제가 열렸을 때의 기억이 새롭네요. 특히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을 새로 발견해내는 작업은 여성영화제가 아니었으면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나는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이지만 항상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장 교수는 “영화와 관계 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제안했겠지’ 하는 생각에 바로 승낙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님께 부탁을 드린 것은 여성영화제의 배경에 영화와 여성학이 함께 있음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성운동의 여러 갈래 중에서 특히 여성문화예술운동은 이론적 배경이 중요합니다.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굉장히 디테일한 과학과 이론이 필요한 일이고, 학문적 배경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이 집행위원장의 말을 장 교수가 이어받아 설명했다.

“영화라는 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큰 영향력과 효과를 가지고 있는 매체입니다. 그러나 어떤 메시지를 갖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저만 해도 여성학 수업에서 많은 영화를 자료로 사용했고 노동운동, 반성폭력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는 데 영화가 중요한 작용을 했죠. 더 많은 운동을 이끌어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여성영화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주년 여성영화제가 가져온 변화

1997년 4월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가 동숭동에서 시작됐다. 영화제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95년 초부터. 1년여간의 논의를 거쳐 96년 조직을 정비하고 이듬해 제1회 영화제를 열었다. 96년 9월에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 97년 8월에 시작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이 땅에 영화제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이 집행위원장은 원래 여성주의 연극운동을 하던 사람이었다. 연극 ‘자기만의 방’은 8개월간 만원을 기록하며 여성연극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이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아마조네스의 꿈’ 등 화제작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아마조네스의 꿈’이 대중과 소통하는 데 실패하면서 연극이라는 매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연극이 여성문화운동으로서 가장 효과적인 매체인가에 의문이 생겼고,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매체가 무엇일까 생각했죠. 그러던 중 93년쯤인가 젊은 여성영화인들이 만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라는 작은 여성영화 축제에서 마린 고리스 감독의 ‘침묵에 대한 의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영향력을 깨닫게 된 거죠.”

이렇게 시작되어 10주년을 맞은 영화제는 이 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임순례, 정재은 등 많은 여성감독을 배출하는 통로가 되었고, 영화제 중 관객점유율 1위라는 기록에서 보듯 영화를 통해 여성학을 대중에게 침투시키는 역할도 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무엇보다 여성감독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큰 성과”라고 이야기했다. 여성영화제에 와보고 영화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으며 그 속에서 ‘나는 여성영화감독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는 여성감독들의 고백을 많이 들었다는 것.

여성영화제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며

10주년을 맞은 올해 영화제에는 유난히 새로운 도전이 많았다. 우선 영화제 명칭에 ‘국제’(international)라는 문구를 추가했고, 조직도 새롭게 정비했다. 옴니버스 영화 ‘텐텐’을 통해 영화 제작에도 직접 뛰어들었고, 처음으로 남성감독의 작품을 상영하는 섹션도 마련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 모든 것은 다음 10년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1회 때부터 국제영화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번에 굳이 이름을 바꾼 것은 우리들의 성장 욕구에 대한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세계 각국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영화제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협력하기 위한 준비죠. 또 한편으로는 영화계, 영화산업과 좀더 긴밀한 관계를 맺어보려고 해요. 배급을 해볼 수도 있고, 시네마테크를 만들 수도 있겠죠. 이번 영화 제작은 그 하나의 시도입니다.”

현재 새로운 영화의 제작을 일본 및 대만 여성영화제와 합작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며, 내년에는 여성미술제를 여성영화제 안으로 끌어들여 좀더 확장된 미디어의 여성문화예술 축제를 만들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여성영화제 전문인력 양성, 각 지역 작은 여성영화제들과의 연대 등 앞으로 도전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장 교수는 영화제의 과제로 ‘일상화와 지속화’를 제시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영화제가 열흘가량의 축제로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이를 1년 내내 지속할 수 있는 방안, 일상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겠습니다.”

이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를 찾을 관객에게 전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올해는 다양한 연령층이 즐겨볼 수 있는 영화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감독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아시아 영화감독을 선정해 중국 상하이 여성의 삶을 통해 우리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구요. 10주년 기념으로 준비한 국제 심포지엄도 잊지 말고 들러주세요.”

두 사람이 만들어 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또다른 10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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