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 알선은‘무죄’난자 알선은‘유죄’
법안 3년째 계류중…여성건강권 위험수위

대리모를 알선한 브로커가 잡혀도 관련 법조항이 없어 처벌조차 불가능한 일이 발생하면서, 대리모에 대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3월20일 50여차례나 불임부부에게 대리모를 알선해주고 1억2000만원을 받은 브로커를 잡았지만 대리모 알선행위에 대한 법조항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2005년 12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최근까지 불임부부에게 난자 불법거래를 알선한 혐의로 피의자 김씨를 구속했지만, 난자 불법거래 알선에 대한 부분만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이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피의자 김씨가 난자 매매를 알선한 부분에 대해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대한 법률’에 따라 실질적인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대리모 알선 부분에 있어서는 처벌조항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리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 때부터 꾸준히 이어졌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양승조 통합민주당 의원의 법안과 박재완 전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이마저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동 폐기될 상황에 놓여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2월 발의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대리모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부는 대리모 법안 마련에 대한 입장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6년부터 “대리모 문제는 법적, 윤리적 쟁점이 많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30일 발표한 ‘생식세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생식세포법)’에서도 대리모 출산에 대해 판단을 유보해 여성계와 생명윤리계로부터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계류 중인 법안마저 폐기될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법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인 이인영 홍익대 법대 교수는 “각기 의견이 다른 국회의원 발의입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정부측에서 대리모에 대한 법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대리모에 대한 실태조사와 설문조사 등을 실시해 대리모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의원법안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출한 생식세포법도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손봉희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현재 계류 중인 법안들은 ‘연구를 위한 난자 기증 허용을 위한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공수정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며 “인공수정 시술과정에서 여성의 인권과 건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시술 전반을 규제하고 관리하는 법부터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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