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으면 ‘사망자’로 분류…남편 재산상속도 불가능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결혼이민여성의 법적 신분이 ‘사망자’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혼인관계증명서 ‘본인’란에도 남편의 이름이 기재되고 있었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지난 3월25일 개최한 ‘가족관계등록법 권리침해 실태발표 및 대안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공개됐다.

김성미경 인천여성의전화 부회장이 밝힌 상담사례에 따르면, 국제결혼한 남성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외국인 아내의 ‘이름’은 있지만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 ‘본적’란은 공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항목의 공란은 사망자를 의미한다. 결혼이민여성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평균 3년에서 5년 가까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할 때 상당수의 여성들이 ‘유령신부’로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12년 전 국제결혼한 일본인 이노우에 토모코씨는 “결혼이민여성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녀의 통장을 대신 개설해줄 수도 없고, 남편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재산상속도 받을 수 없다”며 “많은 여성들이 불안한 신분관리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성 부회장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국적 취득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만 법적 신분을 인정해주는 것은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인권침해 행위”라며 “외국인 등록번호만으로도 사회적 신분을 인정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혼모와 재혼여성, 입양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가해지는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됐다. 

본지는 앞서 지난 3월14일자(971호) ‘가족관계등록법 시행 두달…여성인권 곳곳에 허점’ 기사를 통해 ▲비혼모와 그 자녀의 가족관계 기록이 대거 누락된 문제 ▲친권을 포기한 전 남편과의 자녀가 재혼여성의 법적 자녀로 기재된 문제 ▲입양자녀의 기본증명서에 ‘기아 발견’이라고 기재된 문제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권정순 변호사(법무법인 로텍)는 “이혼하면서 자녀의 친권을 포기했더라도 전 남편이 사망할 경우 여성이 친권자가 된다”며 “과거 신분관계에 대한 기록을 말소하는 것은 법체계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다만 종전 호적등본과 마찬가지로 가족에 관한 불필요한 정보를 현미경처럼 자세히 보여주는 것은 큰 문제”라며 “호주(남성) 대신 개인을 기준으로 신분등록부를 작성하는 취지에 맞게 과거의 신분변동 내용은 원부에 기재하고, 증명서에는 현재의 신분내용만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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