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행위’ 공천배제 핵심사유 안돼
무소속 출마 강행하면 막을 방법 없어
‘성평등 의식’이 표심 가르는 기준되길

18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각 당의 ‘공천전쟁’을 지켜보면서 ‘예전에도 공천과정이 이렇게 시끄러웠던가?’ 한번쯤 기억을 더듬어보았을 것이다.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유권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당이 어떤 후보를 내놓느냐 하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확실한 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과 같은 성폭력 문제에 연루되어 언론을 시끄럽게 했던 후보자들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것을 보면서 천만다행이라는 심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성폭력 가해행위가 핵심적인 공천 배제 사유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석연치 않고 불안한 마음이 여전하다.

당에 기여도가 큰데 성희롱 관련 파문 때문에 옥신각신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식의 보도를 접하면서, 여전히 인권사안이 ‘옥신각신’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폄하하고 폭력의 대상으로 통제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데 대해 여전히 ‘옥신각신’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은 불안함을 넘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교육청의 심사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해고된 성희롱 가해자가 복직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행위에 비해 해고조치는 지나치다는 둥, 형법상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둥, 복직의 표면적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내면의 논리는 한 가지다.

그 정도야 우리 사회의 통념상 ‘한번쯤의 실수’에 해당하는 일로, 그동안 성실하게 업적을 쌓아온 사람을 해고하기에는 너무하다는 것이다.

물론 가혹한 처벌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그런 문제를 가능하게 한 조직의 문화와 질서를 변화시키는 과정에 구성원이 함께 책임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적 중심의 사회에서 도덕성이나 인권의식 같은 무형의 것은 여전히 있으면 좋고 없으면 좀 아쉬운 정도의 장식품 정도로 여겨진다면, 안그래도 성과와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인권을 이야기하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공동의 책임감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갖는다는 것이며, 국민의 삶에 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그 자격을 엄격히 따져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격’을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지에 대해 보다 치열한 토론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 있으므로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최종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토론과 공감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연루된 후보자가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 의식’이라는 공천 심사의 주요 기준으로 엄중히 심판받는 날을 만날 수 있을까. 언제가 되면 이런 후보자가 유권자 앞에 감히 나서지 못하는 날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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