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을 마치며-

여성전용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연재기획을 시작하게 된 것은 ‘여성들을 둘러싼 상반된 두 이야기’ 때문이었다. 각계각층에서 여풍(女風)이 거세게 분다며 ‘여성 상위시대’라고 부추기고 있지만, 취재현장에서 접하는 여성들의 현실은 냉혹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성노동자 30% 미만이 법·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전체 여성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1%(1984년)에서 63%(2004년)로 오히려 증가했다.

무엇보다 ‘여성 밤길 안전을 위한 달빛시위’ 등의 행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20대 여성 67.1%가 밤길이 두렵다고 응답했지만 여전히 대책은 강구되지 않고 있다.

연재기획을 통해 ‘지하철 여성전용칸, ‘여성전용 콜택시’, ‘여성금융제도’를 차례대로 짚어보면서 이것들이 ‘여성전용제도’라는 허울만 있을 뿐 실체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특히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성응답자의 74.5%가 ‘지하철 여성전용칸이 부활하면 이용하겠다’고 답했고, 60.2%가 ‘여성전용칸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여성들이 여성전용칸을 반대한다’는 잘못된 여론 형성에 일침을 놓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이는 지하철 여성전용칸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 속에서 정작 빠져 있던 ‘여성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여성들을 위한 콜택시’ 역시 서울시의 홍보와 달리 거의 이용할 수 없었으며, ‘여성금융제도’ 역시 여성 우대라는 허울로 여성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남발하고 있는 ‘여성 우대제도’는 남성들의 역차별 감정만 불러일으킬 뿐 여성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관련 제도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지하철 여성전용칸 시행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밀집칸에 대한 연구 등 공간행동학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최창호 HR 컨설팅 대표의 지적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을 약속해놓은 ‘여성전용제도’를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장소에서 성폭력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고, 밤길을 안전하게 다닐 수 없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만이 여성들이 실제 처해 있는 현실과 21세기 특징으로 자리잡은 ‘여성 상위시대’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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