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능력 클 시기엔 전통 문화도 함께 흡수
영어 못하는 것보다 ‘역사’모르는 것이 더 창피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이제 큰 아이가 겨우 7살이 되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닌다고 하면 으레 ‘영어 유치원’이냐고 묻고, 주변 엄마들은 “왜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 질문들 속에는 부부가 교수이니 경제력은 어지간할 텐데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바꿔 말해서 경제력만 된다면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게 요즘 풍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질문들 앞에서 긴 논쟁을 하기 싫을 때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빠가 시인이라서 혹시 아이가 시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부모가 모두 문학을 전공했고 글 쓰는 직업을 가졌으니 유전적으로 문학적 재능을 타고 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고 그 나이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나이는 모국어 능력이 폭발적으로 증대되는 시기다. 모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국어를 통해서 습득하게 되는 모국의 전통, 문화, 역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의 축적이 더 중요하다. 모국어가 완성되는 시기에 아이들은 모국어를 매개로 다른 영역의 풍부한 지식들을 엄청나게 흡수한다.

주변의 언어학자, 교육학자들에게 물어보면 외국어 교육의 최적기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라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모국어가 어느 정도 발달한 이후에 모국어의 풍부한 어휘력을 통해 외국어를 더 능률적으로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교육을 단기간에 극대화시키려면 초등학교 고학년 때 1~2년쯤 영어권 나라에서 살다 오면 좋을 것이다. 요즘은 홈스테이나 단기 연수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국내에 영어마을도 속속 들어서고 있으니.

어쨌든 영어교육에는 돈이 많이 든다. 경제력이 부족한 집안에서는 어린 자녀에게 영어교육을 제때 못시키는 것 때문에 자책감이 들 정도다. 하지만 나는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본인의 노력으로 영어를 잘 하게 된 학생들을 수도 없이 만나왔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고,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한다.

언젠가 한 학생이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부끄러운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외국 친구들과 만나 얘기하다보면 영어를 잘 못하는 것보다 그네들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물어볼 때 별로 아는 게 없어서 너무 창피했다는 것이다.

영어를 기능적으로만 잘하면 무슨 소용인가?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상식과 지식이 풍부해야 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대부분의 과목에서 자신의 생각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에세이’를 통해 학업을 평가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말로 에세이를 잘 쓸 수 없는 학생은 영어로도 좋은 에세이를 쓸 수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어 발음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도 그를 깔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영어는 ‘한국인이 하는 영어’임을 솔직히 드러내며, 한국인으로서 세계적 지도자의 자리에 올라선 그의 정체성을 웅변해준다. 심지어 전라도 억양까지 섞인 김대중 식 영어면 어떤가.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는 영어로 표현되는 콘텐츠이다. 우리 어린 아이들을 너무 일찍 영어에만 매달리게 하면서 다른 지식의 영역들을 지레 포기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우리 큰아이는 요즘 한자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한자 공부를 하고 있다. 하나의 글자를 알게 될 때마다 그 글자가 들어가는 어휘들을 찾아내는 걸 너무 재미있어 한다. 즉, 나무 목(木)자를 알게 되면 목수, 목공 등의 단어가 이루어진 원리를 스스로 깨달아간다. 우연히 시작한 한자 공부를 통해 아이는 우리말 어휘를 놀랍게 확장시키고 있다. 10살 이전에는 영어보다 한자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면 이상한 엄마로 보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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